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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입력 2022-05-16 09:00 수정 2022-05-16 09:06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1)

RE100은 탄소중립의 '첫 발'
탄소중립 달성 '관건'은 제조 이전 단계부터 제품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친 '탈탄소'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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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1)

RE100은 탄소중립의 '첫 발'
탄소중립 달성 '관건'은 제조 이전 단계부터 제품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친 '탈탄소'에 있어

현대차그룹 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그룹 주요 4사가 RE100 가입을 마쳤습니다.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이 4개 회사의 RE100 가입은 다른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재계 순위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탄소배출량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탄탄한 계획서를 준비해 RE100에 가입할 수야 있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결국 재생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제아무리 RE100을 외쳐도, 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가 적다면 이행은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죠. RE100 가입 기업 혼자서 가입과 달성 모두를 책임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난 129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상)〉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이미 전 세계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석탄이나 가스, 원자력 등 다른 그 어떤 발전원보다도 더 많아진 상태입니다. 재생에너지 가운데 풍력과 태양광만 따져도, 전체 발전량의 10%를 넘는 수준입니다. 전 세계 원전에서 만들어진 전기보다 바람과 태양으로 만들어진 전기가 더 많은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거의 모든 나라가 발 빠르게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사이, 우리는 여전히 글로벌 하위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지리적 특성을 핑계로 대기엔 민망할 정도입니다. 비슷한 위도에 계절이 비슷한 나라들도, 우리보다 더 악조건인 나라들도 모두 자국이 보유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의 최대한을 끄집어내려 노력하고 있죠.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심지어 우리나라가 최근 대규모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을 착수한 베트남의 경우에도 전체 국가 발전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나 됐습니다. 전체 재생에너지가 국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6%에서 2021년 37%로 급증했고요. 민망하기 그지없는 현실입니다. '개도국엔 아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우선인 만큼, 최신식 석탄발전소를 짓는 일은 경제성이 있고, 의미도 있다'는 취지에서 국내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논의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사업 진행을 가결했었는데 말이죠. 새 정부에서도 이러한 민망함은 더해질 전망입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는 과도하다”며 “20%대로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새로 정부를 이끌어나갈 이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RE100에 가입했거나 가입을 계획 중인 기업 입장에서 그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극적이다'라며 책임을 전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당장 기업 스스로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하는 전기를 화석연료 기반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G20 선진국의 대부분은 이미 인구 1인당 전력사용량 자체가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2015년과 비교했을 때, 1인당 전력수요가 늘어난 나라는 우리나라와 러시아, 중국, 터키, 브라질, 멕시코, 인도, 인도네시아 8개 나라에 불과합니다. 특히, 1MWh 이상 늘어난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밖에 없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이번에 RE100에 가입한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다수의 기업은 '탄소중립' 역시 꾀하고 있습니다. 그저 공장에서 쓰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죠. 전기뿐 아니라 원료와 제조 및 유통 과정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을 '넷 제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공헌이나 북극곰 살리기만을 위한,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내린 선택'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수출 경쟁력' 확보라는, 보다 중차대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국제사회 차원에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구분하는 기준은 매우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Scope 1에서 3까지,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유통과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따지는, 하나의 기준이 마련된 셈입니다.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시행을 앞둔 EU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은 이와 비슷한 '탄소세'의 성격을 갖는 제도를 준비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러한 Scope의 각 단계는 비용 부과의 기준이 됩니다. 제도 도입 초기, Scope 1의 배출에서 시작해 점차 Scope 2, 3로 그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Scope 1은 말 그대로 '직접 배출'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담벼락 안에서 벌어지는 배출입니다. 공장 등 시설을 가동하는데 직접 가스나 석유, 석탄 등 연료를 이용할 때 나오는, 기업 소유의 차량 등이 직접 뿜어내는 것들 말이죠. Scope 2는 간접배출로, 기업의 담벼락 안 활동으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배출을 의미합니다. 공장에서 전기를 사용할 때, 그 전기로 인한 '담벼락 내 탄소 배출'은 없지만, 그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배출을 따져보는 겁니다. RE100은 이러한 Scope 2 차원의 '배출 제로(0)'를 의미하는 셈입니다. Scope 3는 기타 간접배출로, 기업으로 인해 비롯된 그 밖의 모든 배출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A라는 기업이 B라는 협력사로부터 부품이나 재료를 공급받을 때, 그 B 기업이 뿜어낸 배출량도. 기업의 직원이 출퇴근이나 출장을 다니면서 이동과정에서 뿜어낸 배출량도. 제품을 완성해서 이를 운송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의 배출량도. 소비자가 이를 구매해서 폐기할 때까지 그 제품으로 인해 비롯된 배출량도. 모두가 포함된 것이죠.

이러한 3단계 구분과 다르게 제품의 만들어지기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업스트림-다운스트림' 구분도 있습니다. 원료나 재료부터 완성품까지, 제조 과정 전반의 배출량은 업스트림으로, 이후 유통과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배출량은 다운스트림으로 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최근 RE100에 가입한 현대자동차를 기준으로, 앞으로 기업들의 탄소중립 실현 과정의 핵심 과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생산부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이르는 LCA(Life Cycle Assessment, 전 주기 평가) 차원의 접근에 나선 상태입니다. 코나 전기차를 예로 들어보면, 제조 전(前) 단계에서의 배출량은 전체 34.4%에 달합니다. 말 그대로 '현대차 공장'에 각각의 부품이 도착하기 전부터 많은 양의 탄소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죠. 이러한 부품이 공장으로 오고, 이후 완성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각각 0.1%입니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담벼락 안'에서 직접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의 비중은 전체 1.2%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소비자가 이 전기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뿜게 되는 온실가스입니다. 제아무리 전기차라 할지라도, 지금처럼 발전믹스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상태에선 불가피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기업이 적극적으로 각 단계별 배출량을 평가하고, 감축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의 자발적인 의지뿐 아니라 시장 차원의 규제도 이러한 접근을 가속화한 배경으로 꼽힙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EU는 앞서 언급한 CBAM이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 2035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 금지 등 탄소중립과 관련한 일련의 정책들을 내놓기 전, 자동차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한 바 있습니다. 바로, '모든 제조사는 EU 역내에 판매한 자동차의 평균 탄소배출량이 km당 95g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를 어길 경우, 전체 판매 대수에 초과 배출량 1g 당 95유로를 곱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고요.

“기존의 판매량과 모델별 배출량을 따져봤을 때, 막대한 과징금을 낼 것으로 우려된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EU 현지에서조차 자동차 업계의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를 실은 언론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지나친 욕심”이며 “달성 불가능하다”는 비난과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우려는 사라졌습니다. 2020년 기준, 현대자동차가 EU 시장에 판매한 모든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은 평균 94.7g/km로 강화한 기준을 통과한 것이죠. 규제 시행에 발맞춰 빠르게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판매 증가에 나선 덕분이었습니다.

해외에 '굳이 안 내도 될 과징금'을 내지 않아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아쉬움도 짙게 남습니다. '이 정도면, 진작 했을 수도 있던 일 아닌가'하는 기업에 대한 아쉬움과 '이처럼 기업의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여내는 정책이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면 어떨까'하는 정부에 대한 아쉬움 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현대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판매 라인업에서 전기차가 단 한 대도 없는 영국 벤틀리나 독일의 빅3로 꼽히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가 모두 '재생에너지 100%' 공장을 운영 중인 것에 비하면 아쉬운 수치입니다만, 현대차의 Scope 2 배출량(전기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량)뿐 아니라 Scope 1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Scope 3입니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철강, 알루미늄을 비롯해 각종 부품의 생산을 책임지는 협력자의 배출이 현대차가 직·간접적으로 뿜어내는 Scope 1과 Scope 1과 Scope 2 배출량을 합친 것의 39배에 달하는 겁니다. 탄소중립이 마무리 단계인 애플의 경우, 일찍이 Scope 3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2015년, 애플의 자체적인 RE100 프로젝트인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을 런칭한 것이죠. 지난 2020년 8월, 〈[박상욱의 기후 1.5] 사과 발(發) '탄소중립' 도미노의 시작〉에서 이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과 함께 SK 하이닉스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애플에 있어 반도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 탄소중립의 관건이라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의 탄소중립에 있어 관건은 철강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다양한 산업 분야 가운데 가장 온실가스 집약도가 높은 것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현대자동차의 RE100 가입과 탄소중립 선언과 달리 현대제철의 최근 상황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0년 Scope 2 배출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직접배출량이 많이 늘어난 겁니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급증했습니다.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할 수도 없어 보입니다. 제품 1톤을 생산할 때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은 평소 톤당 0.7~0.8MWh였던 것에 반해 2020년 1.38MWh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에너지 측면에서의 생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셈입니다. 그로 인해 제품 1톤을 생산할 때에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 역시 0.9톤을 조금 넘던 수준에서 1.35톤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철강 제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에 있어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크죠. 또한, 우리나라 국가 단위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도 철강과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현대제철은 이번에 RE100에 가입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자회사이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의 RE100 달성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에너지믹스를 정하는 정부에 달려있다면, 현대자동차의 탄소중립 달성의 관건은 결국 같은 그룹 내 현대제철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갑자기 늘어났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이후 감축의 '극적인 반전 효과'를 위한 일시적 현상이었기를, 현대차의 대대적인 '탄소중립 선포'에 발맞춘 현대제철만의 대규모 감축 계획이 숨겨져 있었기를 바랍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현대차 이어 삼성도? RE100, 핵심은 선언보다 이행 (하)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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