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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음지 소재 vs 파격 노출' 같은 청불 극과극 수위

입력 2022-02-23 11:00 수정 2022-02-23 11:08

영화 '모럴센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공개
서현·이준영 '모럴센스' BDSM 자극적 소재 이용한 '순한맛' 로코
연우진·지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초고수위 노출·베드신 무색무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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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럴센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공개
서현·이준영 '모럴센스' BDSM 자극적 소재 이용한 '순한맛' 로코
연우진·지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초고수위 노출·베드신 무색무취

영화 '모럴센스'·'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모럴센스'·'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간만에 청불(청소년관람불가) 영화들이 등장했다. 일명 19금. 미성년자는 볼 수 없는 작품이라 하면 등급 분류 기준에 따라 잔혹성, 폭력성, 선정성 등 '수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을 터. 최근 멜로·로맨스 장르로 분류돼 청불 딱지를 붙인 두 편의 영화는 홍보 과정에서부터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파격적인 키워드를 굳이 숨기지 않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모럴센스(박현진 감독)'와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장철수 감독)'는 같은 청불 판정을 받았지만 원작이 있는 청불 로맨스라는 공통점 외 전혀 다른 이미지를 완성했다. 두 작품 모두 반전이라면 반전을 꾀한 셈. 뚜껑 열린 '모럴센스'는 소재의 수위가 가장 높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노출 방향으로만 초점이 쏠린다.

사랑의 힘 '모럴센스'


 
영화 '모럴센스' 스틸 〈사진=넷플릭스〉영화 '모럴센스' 스틸 〈사진=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 스틸 〈사진=넷플릭스〉영화 '모럴센스' 스틸 〈사진=넷플릭스〉

출연: 서현·이준영
감독: 박현진
장르: 로맨스·멜로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17분
한줄평: (문 열다 끝난) 새로 만난 세계
팝콘지수: ●●○○○
줄거리: 모든 게 완벽하지만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남자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유능한 여자의 아찔한 취향 존중 로맨스

'모럴센스'가 남긴 건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소재를 수면 위로 불러냈다는 의의, 그리고 스크린 첫 주연으로 나선 서현과 이준영의 가능성이다. 15세 이용가 원작 웹툰을 영화화 시킨 '모럴센스'는 BDSM(인간의 성적 기호 중에서 기학적 성향을 통틀어서 말하는 것) 소재를 영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는 청불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BDSM에 대해 교과서적으로 상세히 설명해주고, 수갑, 목줄, 채찍, 밧줄 등 도구들도 등장하지만 주인공들의 소화한 갖가지 플레이는 '이게 이런 것이다'라는 예시 정도일 뿐 그 이상은 없다. 위험성 높은 발칙한 소재를 겉핥기식으로 다뤘다. 짙은 스킨십은 키스가 끝. 공개 전부터 비슷한 소재로 비교된 할리우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국내 로코물 특유의 흐름을 BDSM과 엮었다는 것이 전부다.

다만 영화는 소수자로 분류되는, 취향이 아웃당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하는 BDSM 성향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녹여내는데도 집중한다.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 없을 법한, 일반인을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 하나로 자신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는 설정은 판타지스럽지만 꽤나 귀엽게 표현됐다. 특히 비웃음 당하기 십상인 성적 취향을 불륜, 성추행 등과 동일 선상에 올려놓은 대목은 꽤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서현과 이준영은 이 과감한 무대에 발을 올린 것 만으로도 배우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에 기대 이상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합격점. 그럴법하고 그럴듯한 케미가 사실상 영화를 이끄는 개연성이다. 일과 사랑 모두에서 깔끔한 직진 본능을 내비치는 서현, 확신의 비주얼을 무기로 "주인님"을 외치는 이준영 모두 연기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포장 실패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스틸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스틸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스틸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스틸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출연: 연우진·지안·조성하
감독: 장철수
장르: 로맨스·멜로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47분
한줄평: 살색 자장가
팝콘지수: ◐○○○○
줄거리: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가 사단장의 젊은 아내를 만나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오랜만에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예술 포장형 19금 영화다. 최근에는 뚝 끊긴 장르이기는 하지만,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기에는 꽤나 활발하게 만들어졌던 눈요기거리 작품. 예술성을 빌미로, 나름 심도 깊은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핑계 아래 노출·베드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과거의 그 영상들을 창고에서 다시 꺼내 재생 시킨 듯 하다.

홍보를 위해 노출을 승부수로 내건 것 역시 지금이 2022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대 역행 행보라 오히려 역 흥미를 자극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감독과 배우들은 '그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나름의 속상함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완성된 영화는 안타깝게도 어떠한 작품성을 남기지 못했다. 첫 캐스팅을 진행한 2014년 만들어졌어도 고개를 갸웃거렸을 법한 결과물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로 당시 작품성을,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로 흥행성을 입증했던 장철수 감독의 신작이기에 실낱 같은 기대감은 남아있었지만, 147분을 버텨낸 관객이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가장 큰 문제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호한 정체성. 마오쩌둥의 정치 슬로건을 제목으로 내 건 논쟁의 중국 소설, 1970년 대 사회주의 국가의 군대 배경 등 기본적인 설정부터 흥미를 떨어뜨리고, 심지어 서울 말을 쓰는데 일부 단어와 어투만 한 번씩 북한 말로 변경 시키는 줏대 없는 흐름도 공감성 제로다. 존재하지 않는 스크린 속 세계관이라 할지라도 관객을 설득하려는 시늉은 해야 하는 법. 이미 퇴색 된 무대에 올려진 공연이 아름다울 리 없다.

거두절미 다 필요 없이 노출·베드신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만족도는 높을 수도 있을 터. 스스로 집 안에 갇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생활하는 주인공들이다. 온갖 체위를 담아냈고 분량도 꽤 많이 할애했다. 하지만 가장 지양해야 할, 신을 위한 신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짐승들의 교미처럼 비춰지길 바랐다는 목표에는 적합했을지언정 감흥 없는 지루함은 풀어내지 못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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