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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역사학자의 사도광산 '팩트체크'…"조선인 강제노동은 분명"

입력 2022-02-09 16:22 수정 2022-02-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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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도 말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3일 일본 외무상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통화를 요청해 "성실하게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절차상 한국이 반대하면 등재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일본 정부가 "강제 노동은 없었다"는 주장을 굽힐지에 달려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모집, 관 알선, 징용 등은 강제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일본 정부의 입장입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에서 아베 신조 내각 이후 체제를 계승하고 있다"면서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JTBC와 화상 인터뷰 중인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왼쪽)와 그의 책 〈조선인 강제연행〉 〈사진=출판사 '뿌리와 이파리' 홈페이지〉JTBC와 화상 인터뷰 중인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왼쪽)와 그의 책 〈조선인 강제연행〉 〈사진=출판사 '뿌리와 이파리' 홈페이지〉

일본이 왜 이런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사실에 근거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JTBC가 인터뷰한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는 30년 가까이 일제강점기 재일조선인 문제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입니다.

도노무라 교수는 2012년 〈조선인 강제연행〉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한국어 번역서는 2018년에 나왔습니다. 그는 JTBC에 "일제강점기 많은 조선인이 의사에 반해 일본으로 끌려와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메일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강제노동과 사도광산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그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그의 책에서 인용했습니다.

■ "강제노동은 없었다", 왜 자꾸 등장하나

Q. 일본 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이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1939년부터 강제징용이 이뤄졌고 사도광산에도 조선인이 동원됐지만, 대부분이 모집에 응한 사람들이고 나머지도 합법적인 동원이지 강제노동은 아니다"라는 얘기인데요.

A
"일본 정부가 말하고 있는 것은 '국제법상의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강제노동 금지 조약'이 있습니다. 일본은 전시(戰時) 중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ILO 전문가위원회는 1999년 이미 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존의 역사 연구는 본인의 의지에 반해 폭력적으로 조선인을 노동자로 끌고 오는 행위가 자행됐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증언을 비롯해 당시 행정 당국의 사료를 통해서도 뒷받침됩니다. 설사 ILO 조약에서 말하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해도 실제 노동 현장에서 강제노동이 있었는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도노무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조선인 강제연행〉에서 당시 강제동원된 조선인을 7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은 1200~2000명 정도로 비교적 적은 규모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지역에서 조선인 노동자를 어떻게 다뤘는지에 비춰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사도광산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우익단체 '역사인식문제연구회'가 지난 2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낸 의견 광고. 제목은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반론'이다. 〈사진=역사인식문제연구회 홈페이지〉 일본 우익단체 '역사인식문제연구회'가 지난 2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낸 의견 광고. 제목은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반론'이다. 〈사진=역사인식문제연구회 홈페이지〉

Q.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들은 대부분 모집에 응한 사람이기 때문에 강제 노동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일본 사업자의 모집에 희망자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제가 아니었다거나 합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의 내용이나 임금, 근로 시간 등을 거짓으로 해서 모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었던 사람도 많습니다. 당시 사도광산에서 일했던 조선인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도 쉬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협박에 의한 노동이고, 현재 관점으로 보면 분명히 강제노동입니다."

Q,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A. "같은 임금을 줬다고 해서 차별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일본인은 원칙적으로 탄광이나 광산, 토목공사 현장 등에는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선인은 애초부터 이런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이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탄광이나 금광에서 일하는 일본인도 있었지만, 당시 가장 힘들고 위험한 갱내 노동은 대부분 조선인이 맡았습니다. 이 역시 차별입니다."

"한국 의식할 필요 없다" 일본 여론이 배경

Q. 대부분의 일본인이 "강제노동은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일본 교과서에 강제노동이나 강제연행이라는 말은 쓰지 않지만, 전시에 조선인들이 동원돼 노동했다는 내용은 나와 있습니다. 학교에서 역사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강제 노동이 없었다는 주장을 하긴 어렵겠지요. 저는 일본인 다수가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사도광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한국 정부나 한국 여론을 의식해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으로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A.
"일본 대 조선, 일본 대 한국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의 일반적인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대화, 산업화의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도 노동력이 부족해 외국 사람들로 보충하려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거기서도 강제 노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전시 강제 동원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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