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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입력 2022-01-24 09:32 수정 2022-01-24 09:3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5)

기상청, 40년간의 한반도 해양기후 첫 분석
'해양기후 분석 보고서' 그래픽으로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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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5)

기상청, 40년간의 한반도 해양기후 첫 분석
'해양기후 분석 보고서' 그래픽으로 뜯어보기

지난주, 한층 더워지고 험난해진 한반도 육지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최근 수십년간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패턴이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폭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상청의 분석과 전망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변하고 있는 것은 비단 육지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바다 또한 마찬가지로 변화하고 있었죠.

기상청은 지난 19일 '해양기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198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40년간 지구 전체와 한반도 바다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본 겁니다. 기상청이 해양기후에 대해 이렇게 장기간의 변화를 놓고 심층적인 분석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결과는, 기상청의 표현을 빌리자면 “점점 더 뜨겁고, 거칠어지고”있습니다. 이번 주 연재에선, 기상청의 이번 분석 내용에 대해 전해드리고, 그 밖에도 그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바다의 영향을 분석한 또 다른 연구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기상청이 중점적으로 분석한 것은 파고와 풍속, 수온, 파력 등이었습니다. 지난 40년간 한반도 바다의 유의 파고와 평균 풍속, 표층 수온은 모두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파도는 더욱 높아지고, 바람 또한 거세졌으며, 해수면의 온도도 크게 올랐죠. 유의 파고의 높이는 연평균 1.9mm씩 높아졌습니다. 40년 새 약 7~8cm 높아진 겁니다. 평균 풍속은 파고나 수온 대비 상승 폭이 작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극한 풍속도 마찬가지였는데요, 1981~2010년 평균 극한 풍속이 10.58m/s였던 것에 비해 1991~2020년엔 10.63m/s로 0.05m/s 빨라졌습니다. 기온이 오른 만큼 해수면의 온도 역시 높아졌습니다. 지난 40년간, 해마다 평균 0.2℃ 이상 오른 꼴입니다. 연평균 상승률이 자칫 와 닿지 않을까 하여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1981년부터 2020년까지 한반도 연근해의 평균 해수면 온도를 그래프로 그려봤습니다. 그리 긴 세월이 아님에도 우상향의 추세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지난주, 한반도 평균기온의 상승세를 이야기했을 때에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던 반응이 있습니다. “올겨울은 엄청 추우니 가짜 뉴스다.” 해마다 오르고 내리는 기온입니다만, 우상향의 추세는 '가짜 뉴스'라기 보다는 '과학'에 가깝습니다.


1981년부터 1990년까지, 10년 평균 한반도 연근해의 평균 표층수온은 18℃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11~2020년 평균 표층수온은 18.65℃로 30년새 무려 0.64℃나 올랐습니다. 전지구 평균 상승 폭의 배 수준입니다.

국제사회가 거의 '목숨을 걸고'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 '1.5℃ 목표'도 크게 와닿지 않는데, 바닷물 0.64℃가 대수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저 종이컵에 담긴 물이라면 우리가 따뜻한 손으로 감싸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주는 것으로 충분하겠죠. 하지만, 깊고 드넓은 바닷물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0.1℃만 올리는 데에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이 흔히 예를 들어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닷물의 온도 1℃를 높이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에 쓰인 핵폭탄 2800만개가 한 번에 폭발하는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뜨겁게 덥혀진 바다에서 육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엄청난 위력의 태풍이 만들어지고, 세기가 강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같은 기간, 남극 인근의 일부 해역을 제외하곤 지구 위의 거의 모든 바다가 뜨거워졌습니다. 드넓은 대양 가운데엔 특히나 태평양, 그중에서도 한반도 인근 해역의 온도 상승 폭은 두드러집니다. 이는 곧,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로 태풍의 총 발생 수 자체는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추운 곳과 더운 곳 구분 없이 어디든지 다 더워지게 되면 점차 대기가 안정화하고, 그로 인해 대류활동이 약화할 테니까요. 겨울철, 삼한사온이 '삼한사미(미세먼지)'로 바뀐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기가 안정을 넘어 정체하면서 내가 뿜어낸 대기오염물질이 좀처럼 흩어지지 않는 거죠. 하지만, 그럴수록 바다 자체가 계속해서 품게 되는 에너지의 양은 더욱 엄청난 양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한 번 생겼다 하면 '슈퍼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그런데, 이 바다는 그저 뜨거워지고, 파도가 높아지고, 바람이 거세지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이번 기상청의 해양기후 분석에선 빠졌지만, 기후변화와 바다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해수면 상승' 문제입니다. 지난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전지구 차원의 해수면 상승문제를 심각하게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연평균 3.7mm 상승이라는, 전에 없던 빠른 속도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한반도 연안의 해수면 상승 속도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앞서 기상청의 표층수온 그래프와 기울기가 일치합니다. 1990년대, 빠르게 상승하다 2000년대 잠시 주춤하고, 2010년대 전에 없던 속도로 치솟는 그래프는 수온만의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2010년대, 한반도 연안의 해수면은 해마다 평균 4.27mm씩 높아졌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좀 더 그 심각성이 크게 와닿습니다. 최근 30년, 전국 평균으론 해마다 3.03mm의 속도로 빨라졌다고 하지만 포항의 경우 그 속도가 4mm에 가깝습니다. 30년간 10cm 넘게 높아진 겁니다. 인천과 보령의 경우도 연간 3.3mm를 넘습니다. 10cm 가까이 높아진 셈이죠. 울릉도의 경우, 해마다 무려 6.17mm씩 높아졌습니다. 30년이면 18cm가 넘습니다. 거의 한 뼘 수준이죠. 안 그래도 면적이 좁은 울릉도인데, 점점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10년간의 상승률만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전국 평균 상승률이 연간 4.27mm에 달하고, 동해안은 평균 5.22mm씩, 서해안은 평균 4.17mm씩 높아졌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온실가스는 이렇게 기온을 높이면서 바닷물의 온도 역시 높이며, 극지방의 해빙을 녹이며 해수면마저 끌어올립니다. 그런데, 이 온실가스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뿜는 탄소의 절반은 자연이 품어줍니다. 4분의 1은 육지의 자연이, 4분의 1은 바다가 흡수하는 것이죠. 그런데, 물에 이산화탄소가 들어가면 자연스레 물속엔 '보글보글' 탄산이 늘어나게 됩니다. 바닷물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배출량이 늘어날수록 바닷속 탄산 역시 늘어가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해양 산성화'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포스텍 환경공학부와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태평양해양환경연구소는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해양 산성화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어느 정도 복원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사이, 바다는 전에 있던 '그 바다'와는 '다른 바다'가 되고 말죠.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뜨거운 탄산수'가 되어가는 바다는 점차 이전처럼 수많은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는 결국 어획량의 감소라는 결과로 확인됩니다. 과거 100만톤은 거뜬히 넘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201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로 처음 100만톤 선이 깨졌습니다. 양식량의 증가로 전체 어업 생산량은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만, 자연으로부터 얻는 어획량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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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감소에 많은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연근해 주요 어종의 기후변화 민감도를 분석했습니다. 홍어와 대게, 아귀, 명태 등은 기후변화 민감도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어, 참돔, 꽁치, 고등어 등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하긴 어려웠고요.

 
2019년 5월 6일 뉴스룸. 한반도 해역의 기후변화는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됐다.2019년 5월 6일 뉴스룸. 한반도 해역의 기후변화는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됐다.
한반도의 '물고기 지도'는 이미 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이미 2018년,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닷속 물고기의 절반 이상은 아열대종으로 바뀌었죠. “뭐,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바나나, 망고를 먹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 “우리가 잡아먹던 물고기 종류가 좀 바뀌는 것에 그치는 것 아닌가” 라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문제는 아닐 듯합니다. 기후변화로 생물의 삶의 터전이 바뀌거나 사라지는 일은 '인간만' 피해 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산수 바다' 찾아오나? 뜨겁고, 거칠어진 한반도 바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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