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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2인자들은 숙성 중?…이낙연·홍준표 언제 나올까

입력 2021-12-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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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당 후보들이 가족 리스크란 악재 속에 고군분투 중인데요. 지금이야말로 경선 2등 후보들이 지원에 나설 시점이란 얘기가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얘기입니다. 관련 내용을 박준우 마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어제(16일)에 이어 박 마커의 주류학개론 2탄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제가 술꾼은 아니고요. 그저 정회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이란 점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술도 위스키인데요. 위스키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숙성'입니다. 어떤 숙성통에 담아 두느냐도 중요하지만요. 숙성 기간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오래 숙성할수록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지금 대선판에 이 원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두 분이 있습니다.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양당 후보들에게 석패한 2인자들입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1월 8일) : 민주당에는 민주당만의 내부 문화가 있습니다. 경쟁할 때 경쟁해도 하나 될 때는 하나 됐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지난 11월 8일) :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전당대회에서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비리 대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둘 모두 경선 이후 별다른 공개 활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몸값이 높아진다는 점을 꿰뚫고 있기 때문일까요. 양당 후보 2명이 모두 가족 리스크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죠. 한 명은 아들, 다른 한 명은 아내 문제로 곤욕을 치르면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후보들이 구원을 요청할 만한 사람은 이제 2인자들 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2인자들이 1인자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원직을 내놓고 영산강에 배수진을 친 이낙연 전 대표. 고향인 광주·전남에서 첫 승리를 안겨줬죠? 덕분에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선 6연승을 저지했습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9월 25일) : 오늘 더 큰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습니다. 후보들의 진면목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아시게 되고요.]

이재명 후보의 약점, 호남 지지율로 꼽히고 있죠. 현재 6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과거 호남이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지지에 비춰 보면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죠. 전남에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거기에 전남도지사까지 역임했는데요. 지난 당내 경선 때도 호남에서만큼은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꺾었던 바 있습니다. 결국 이 후보로서는 호남 표심을 얻으려면 먼저 이 전 대표의 마음부터 얻어야 할 텐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난달 29일) : 영광이 낳은 대한민국의 정치 거물, 이낙연 전 대표님 제가 잘 모시고 더 유능한 민주당으로, 더 새로운 정부로 우리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있는 더 나아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이죠. 이 후보가 여러 차례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선뜻 잡을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 후보, 지난 달 말과 이달 초 '매타버스'를 타고 호남을 방문했습니다. 방문 당시 이 전 대표의 지원 가능성이 거론됐는데요. 이 전 대표는 지역 인사들과의 선약을 이유로 결국 얼굴을 비치지 않았습니다.

[민형배/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달 29일) : (이낙연 전 총리에게 동행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결국 실현이 안 됐거든요.) 거절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내막을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서 또 일정이란 게 아시는 것처럼 닥쳐서 정리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보안에 부치고 이런 경우가 많은데 그 조율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재명 선대위는 애초 오늘 '신복지위원회'를 띄울 예정이었는데요. 코로나 재확산세로 일정이 취소되긴 했지만요. '신복지', 이 전 대표의 대표적 어젠다죠. 이 전 대표가 신복지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이 후보를 본격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지방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오늘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됐어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만남은 어차피 이뤄질 수 없었던 셈입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0월 14일) : 제 마음에 좀 맺힌 게 있었습니다. 그것을 이 정도로만 표현하겠습니다.]

윤석열 후보도 이재명 후보와 처지는 비슷합니다. 홍 의원에게는 있고 윤 후보에게는 없는 것, 바로 MZ 표심이죠. 내년 대선 최대 캐스팅보터로 꼽히고 있는데요.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 지지율을 봤을 때 윤 후보의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20대의 윤 후보 지지율 19%인데요. 30대 지지율도 21%로 2030 모두에서 이 후보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그럼 윤 후보가 청년 유권자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사람, 홍준표 의원입니다.

[미나-전화 받어 : 아무 말 말고 전화 받어 내 번호 뜨니 왜 안 받어 전화도 울고 나도 울고 할말 있으니 전화받어~]

홍 의원,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는 했지만요. 형식적인 참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2030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밝힌 내용입니다. "백의종군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역할이 없는 대구 선거대책위원회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는데요. 지역 선대위에 명의만 올렸을 뿐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죠.

"그것마저 거부하면 방관자라고 또 시비 걸 테니 불가피한 조치"라고 지지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홍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달리 자당 후보에게 연일 쓴소리까지 내뱉고 있죠. 어제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는데요.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 음성대역) : 누가 더 좋은 후보인가를 고르기 보다 누가 덜 나쁜 후보인가를 골라야 하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됐습니다. 피장파장인 후보들끼리 서로 손가락질 하는 역대급 비리 대선을 만든 점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면서 오늘도 망연자실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간 '청년의꿈'에도 이번 대선판에 대한 회의감을 쏟아냈었죠. '양당 후보 보니 무간지옥이 떠오른다', '범죄 혐의자 대선이다' 등 답변 버전도 다양합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8일) : 이번 대선이 지는 사람은 정치 보복이라고 따질 것도 없이 감옥을 가야 될 겁니다. 마치 이번 대선이 석양의 무법자 대선처럼 보인다. 더 굳, 더 배드, 더 어글리. 그런 대선처럼 보인다…]

홍 의원이 이렇게 윤 후보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홍 의원, 최근 의미심장한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여기서 홍 의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듯합니다. 홍 의원은 갑자기 '운명론'을 꺼내들었는데요. 자신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낙선 이후 방송계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당시 JTBC 손석희 본부장의 요청으로 정치 토크쇼 진행을 맡기로 하고 예고편까지 찍었다는 건데요. 바로 이 프로그램입니다.

이렇게 예고편까지 정성 들여 만들었건만 방송은 빛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MC의 길을 접은 겁니다. 홍 의원은 그때 방송계에 진출했다면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생각하게 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는데요. 그러면서 예사롭지 않은 말을 남겼습니다. "그 운명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누구처럼 가짜 인생은 살지 말아야겠지요"라는 말인데요. 양쪽 후보 모두 가족 리스크란 악재에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일각에선 '후보 교체론'도 나오고 있죠. 이 경우 여권은 이낙연 전 대표, 야권은 홍준표 의원이 유력한 교체 카드인데요. 이 상황에서 윤 후보를 바라보는 홍 의원의 진짜 속마음,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마커의 '온 더 레코드', 뮤직 큐!

[니가 사는 그 집-박진영 :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니가 타는 그 차 (ohoh), 그 차가 내 차였어야해 니가 차린 음식 (음식), 모두가 내 것이어야해.]

이 전 대표와 홍 의원, 그럼 언제까지 숙성통에 몸을 담그고 있을까요? 제가 며칠 전 초대손님으로 모셨던 분이죠. 원로 정치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답을 내놨는데요.

[유인태/전 국회 사무총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그건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어차피 나서야 될 때는 나설 거예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요. 안 나서면 어떻게 할 거예요. 아니, (이낙연 전 대표는) 이미 선대위 상임고문 아니에요? 선거 초반인데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80여 일 남았는데.]

이낙연 전 대표는 어차피 나서게 될 것이란 예측이죠. 홍준표 의원도 앓는 소리를 하고는 있지만 결국 나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유인태/전 국회 사무총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거기는 안 나선 게 아니라 자꾸 SNS를 청년과의 무슨 뭘 한다 그러면서 아픈 소리를 자꾸 해대잖아요. 그러니까 다르죠. 그건. (그러니까 홍준표 의원도 결국에는 마지막에는 합류해서 지원할 거라고 보세요?) 그럴 거예요. 그러지 않고는 그 사람도 앞날이 있고 살아온 삶이 있는데 결국은 다 그건 하게 돼 있어요.]

오늘은 대선판 2인자들의 동향을 살펴봤는데요. 사실 위스키는 숙성 기간이 길어지면 증발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두 사람도 완전히 증발해 오크통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을까란 조심스런 예측을 해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대선판 2인자들은 숙성 중?…이낙연·홍준표 언제 나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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