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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는 죽음에 싸늘한 시선…야권, 조문 놓고 눈치게임

입력 2021-11-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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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두환 씨의 사과 없는 죽음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죠. 정치권은 전반적으로 조문을 꺼리는 분위기 인데요. 조문을 가겠다고 했다가 여론이 싸늘하자, 입장을 번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내란을 일으켜 시민을 학살했던 독재자 전두환, 언론조차 통제당하면서 당시 9시 뉴스는 '땡전뉴스'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9시 '땡'하면 '전'두환 씨의 소식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인데요.

[MBC '뉴스데스크' : 전두환 대통령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기 위해…전두환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은] 

현대사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도 한결같이 뻔뻔했던 전두환 씨, '줌 인'이 선정한 오늘(24일)의 인물인데요. 땡전뉴스로 기세를 떨치던 것도 다 한 때였습니다. 어제 오전 자택에서 숨을 거뒀는데요. 전씨의 빈소는 여느 유명인들의 장례식장과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조문객들이 별로 없어 썰렁했는데요. 자신의 친구였던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각계 인사들이 줄지어 조문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0여년 수없이 많은 사죄의 기회가 있었지만 거짓과 핑계로 일관했던 전씨였습니다.

[전두환 씨 (2003년 / 화면출처: SBS 뉴스) :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

[전두환 씨 (2019년 11월 7일 / 화면제공: 임한솔 당시 정의당 부대표) :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 (왜 모르세요. 직접 책임이 있으시잖아요.) 내가 왜 직접 책임이 있나 (발포 명령 내리셨잖아요.) 내가 왜 발포 명령을 해. 너 군대 갔다 왔냐?]

[전두환 씨 (2019년 3월 11일) : (발포 명령 부인합니까?) 왜 이래.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으세요?) (사과할 생각 없으십니까?)…]

지난 2017년 전씨는 3권짜리 회고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상공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한 겁니다.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조 신부를 비난했는데요. 하지만 헬기 사격은 당시 보안부대 관계자도 인정한 사실이었죠.

[서의남/당시 505보안대 대공수사과장 : 도청 건너편에 3층인가 4층 건물이 있어. 헬기가 그 3~4층 건물로 이렇게 도니까 그 건물에서 막 총을 쏘더라고. 총을 쏘니까 헬기에서 쏘더라고.]

조 신부의 유족은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요. 결국 전씨는 지난 2019년 3월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방법원 법정에 섰습니다. 이 일로 저도 정치부회의에 첫 출연을 하게 됐는데요.

[정치부회의 (지난 2019년 3월) : (사회부 박준우 기자가 지금 연결되어 있는데요. 박 기자, 지금 현재 어디쯤 을 지나고 있나요?) 네, 전 씨를 태운 차량은 광주 제2순환도로를 지나서 4시 50분쯤 광주 톨게이트에 진입했습니다.]

그때 전씨 차량을 쫓아 광주까지 따라갔던 사회부 기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비록 당시는 음성출연 뿐이었지만 마크맨 박준우의 서막을 알리는 뉴스였죠. 사담이 길었는데 다시 얘기로 돌아오면요. 전씨 측은 당시 법정에서도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잡아뗐는데요. 법원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후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씨가 사망하면서 끝내 '사자명예훼손' 혐의도 단죄를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조영대 신부/고 조비오 신부 조카 /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본인이 결국 끝까지 거짓말하고 진실을 밝히지 않고 결국 이렇게 사망을 해버렸으니 정말 허망함과 함께 또 우리 광주시민들은 더 다시 분노하고 분통 터지고 그런 심정입니다. 결국 당신도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데 무엇을 위해서 오늘까지 그렇게 거짓되고 사악한 삶을 살았느냐…]

장례식장에선 사과와 반성 없는 독재자의 죽음은 죽음마저도 유죄라는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는데요. 장례식장 밖에선 전씨 규탄대회가 열렸습니다. 전씨의 죽음은 도저히 애도할 수 없다며 전씨를 부역한 세력들의 사죄를 요구했습니다.

[전두환심판국민행동 (어제) : 지금이라도 국민과 역사 앞에 뉘우치고 참회하고 사죄하라! (사죄하라! 사죄하라! 사죄하라!)]

다만 전씨의 측근들은 빈소를 찾았는데요. 눈에 띄는 건 육군사관학교 출신 측근들이었습니다. 전씨의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소속이었던 이들인데요. 고명승 전 육군 대장은 조문 후 빈소를 나서려다 두 번이나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5·18 유족에 사과할 생각 없느냐'고 묻자 이를 피해 빈소로 다시 들어간 겁니다.

[고명승/전 육군대장 (어제) : (어쨌든 전두환 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데… 한 말씀만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밀지 마세요. 밀지 마세요.)]

박희도 전 육군 참모총장도 '5·18 피해자에 사과할 마음이 없냐'고 묻자 화장실로 피했는데요. 장례 이틀째인 오늘도 빈소에는 전씨 유족들과 전직 하나회 군인들만이 빈소를 지켰습니다. 참회 없는 전씨의 죽음 앞에 조문을 두고 정치권도 눈치게임을 벌였는데요. 물론 청와대와 민주당에선 조문하거나 조화를 보내는 이도 없었지만요. 국민의힘은 개개인에게 판단을 맡겼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조화만 보내고 조문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었죠. 다만 당내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결정하라고 했는데요. 재량권 부여 결과 어제 전씨의 빈소를 찾은 이는 윤상현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윤 의원은 한때 전씨의 사위였는데요. 전씨의 딸 효선 씨와 결혼했다가 지난 2005년 이혼했죠.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안에서 오래 계셨었는데?) 아 다음에 해요. (무슨 얘기를 하셨는지?) 다음에…]

국민의힘 인사는 아니지만 주목을 받은 인물도 있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인데요. 오늘 오전 빈소를 방문했습니다.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과가 많은 건 틀림없습니다. (이는) 역사가 평가를 계속 얘기할 거고, 특히 광주 민주 항쟁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라든지 이런 거를 할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김동연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은 조문하지 않았는데요. 다만 갈까 말까 망설였던 이도 있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달 19일) :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윤석열 후보입니다. 윤 후보는 어제 오전만 해도 조문 의사가 있다고 밝혔었는데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어제) : 아직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준비 일정을 좀 봐가지고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시간 만에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건데요. 냉랭한 정치권 분위기 속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나홀로 조문'을 했다가 또 다시 비판에 부딪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었나 봅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는데요. 윤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 자체가 기회주의자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용빈/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어제) : 준비 안 된 대선 후보의 미숙한 정치 행보에서 국민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정호진/정의당 수석대변인 (어제) : 오락가락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입장 변화에 국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뒤늦게 윤 후보 방어에 나섰는데요. 윤 후보가 오히려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의견 조정을 통해 가지고 나중에 의사를 변경한 것이 오히려 저는 아주 좋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한테도 이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된 거냐 물어보고 이렇게 했는데, 사실 제가 후보에게 따로 말을 하기도 전에 후보가 어떤 주변과의 논의를 통해서 의사 변경이 있었던 거 같아서, 저는 후보가 상당히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선 후보는 아니지만 청년 소통이란 특장점이 있는 사람이죠. 전씨의 큰형을 구속했던 전력도 있는 분인데요. 홍준표 의원입니다. '청년의꿈'에 전씨에 대한 조문 의사를 밝혔는데요. 하지만 반대 댓글 이어지자 "조문을 가는 것이 도리라고 보는데 어떠냐"고 본인이 청년들에게 직접 묻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 오전 마음을 바꿨다고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음성대역) : 조문을 가려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네요. 그 의견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고인의 명복은 빌어야겠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청소('청'년'소'통)의 달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은 전두환 씨 빈소 조문을 둘러싼 정치권의 분위기를 살펴봤는데요. 독재자의 말로가 얼마나 쓸쓸한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반성 없는 죽음에 싸늘한 시선…야권, 전두환 조문 놓고 눈치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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