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이가 병에 걸렸는데 약값이 25억 원이라면 눈앞에 캄캄해집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죠. 건강보험은 이럴 때 더욱 절실한데 간절함에 비해 너무 더디고 멉니다.
이한주 기자가 희귀질환 아이들의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희진이는 태어난 지 14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온 몸 근육이 힘을 잃어가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습니다.
[희진이(가명) 엄마 : 일단 지금 바라는 것은 호흡기를 뗄 수 있는 거…호흡기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주사 한 번이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25억 원입니다.
건강보험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시간은 희진이 편이 아닙니다.
[희진이(가명) 엄마 : 두 돌 전에 맞을 수 있다고 들어서. 저희 아기는 내년에 두 돌이니까 시간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 상태로 지내고 있어요.]
13살 은찬이는 세 번째 재발한 백혈병과 싸우다 지난 6월 하늘로 떠났습니다.
집을 팔아 약값 5억 원을 준비했지만 다른 게 가로막았습니다.
[이보연/은찬이 엄마 : 이 아이들이 약을 기다리다가 허가를 기다리다가 죽거든요. 그런데 너무 느려요, 지금]
희귀병을 확인한 뒤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1년 남짓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신약 허가 뒤 건강보험 적용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8개월입니다.
[이보연/은찬이 엄마 : 치료비가 5억이라면 안 할 거예요. 부모들은 안 할 거예요. 그런데 자식을 살릴 수 있는 약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한다면 아이 보내고 평생 어떻게 살아요.]
은찬이가 손꼽아 기다렸던 치료제는 이미 20개 나라에서 보험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내야 하는 돈은 수 백만원 내외고 영국은 아예 무료입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대체재가 없어서 몇 달 내에 죽을 수 있는 환자들 만큼은 최대한 빨리 치료받게 해달라는 정말 단순한 요구거든요.]
약 사용 허가도, 건강보험 적용도 최대한 서둘러 결론을 내야 희망고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경민 김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