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군대 급식이 부실한 걸 막겠다며 국방부가 대책을 내놨는데 강원도 일부 지역의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식재료 조달을 완전한 경쟁입찰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 납품을 못할까봐 걱정하는 겁니다. 농민들은 군에서 벌어진 급식 부실을 왜 자신들이 떠안아야 하냐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농민들이 트랙터를 앞세워 거리로 나왔습니다.
여기저기 빼곡한 현수막과 손팻말에 정부를 향한 분노로 가득합니다.
일부 농민들은 지방의회 건물에 달걀을 던졌습니다.
이들은 강원도 화천지역 농민들입니다.
수십 년 동안 농작물을 수의 계약으로 군부대에 납품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정부가 군 급식 개선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식재료를 오는 2025년까지 경쟁 입찰로 바꾸기로 하면서 납품이 막힐까 걱정하게 된 겁니다.
무엇보다 대기업 제품이나 저가 수입산 식재료와의 가격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농민들은 군 급식에서 수입농산물 비중이 10% 늘어나면 국내 농업 피해는 연간 5천억 원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화천, 철원과 같은 접경지역은 농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박종성/강원 화천군 군납 농가 : 90%가 아니라 100% 다 (농사를) 안 짓든지 못 짓는 거죠. 계약이 안 되는데…]
일부 농민들은 군의 관리 소홀로 비롯된 부실 급식 문제를 군이 농가에 떠넘긴다고도 주장합니다.
[김규철/강원도 군납협의회장 : 우리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거예요. 설사 농민들이 잘못해서 불합격 판정을 맞으면 납품했던 물건 도로 회수해 오고 바꿔줘야 해요.]
농민들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에 명시된 '지역 농축수산물 우선 납품' 조항을 지키라는 입장입니다.
강원도도 경쟁입찰을 도입하더라도 접경 지역만은 제외해달라고 국방부에 공식 건의했습니다.
농민들은 건의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경 투쟁까지 벌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