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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봉련, 백상으로 시작해 '갯차'로 이어간 첫 전성기

입력 2021-10-28 11:16 수정 2021-10-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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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련이봉련
배우 이봉련(39)이 데뷔 16년 만에 첫 전성기를 맞았다. 2021년 상반기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하반기 tvN 주말극 '갯마을 차차차' 흥행까지 이어지며 꽃길을 걷고 있다. 극 중 이봉련은 여화정 역으로 분해 바다마을 공진의 실제 통장 같은 카리스마를 뽐냈다. 전 남편 인교진(장영국 역)과의 미묘한 관계부터 재결합에 이르기까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봉련'이라는 이름보다 극 중 이름인 '화정 언니'로 친숙하게 불리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그는 "이게 바로 전성기인 것 같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종영 소감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잊지 못할 여름이었다. 끝났다는 게 서운하고 아쉽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이런 반응은 처음이다.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 게 처음이라 몸으로 뜨겁게 느끼고 있다. 여화정이란 캐릭터를 너무 사랑해주시고 많이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날 보고 '화정 언니'라고 부르며 '재혼하지 말라. 나랑 같이 살자'라고 하던 것이다.(웃음) 그리고 드라마 관련 영상을 보니 다양한 외국어로 댓글이 달려있더라. 번역기를 돌려서 확인하니 '화정 씨 재혼하지 마세요'란 뜻이었다. 언어를 넘어 사랑받는 것 같아 좋았다."

-시청자들이 여화정의 어떤 점에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나.

"이혼하고 홀로 이준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삶이 현실적인 게 많았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역할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질이 여장부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수줍고 그런 면모도 잘 드러나더라. 그래서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역할과의 싱크로율은.

"난 화정이와 성격이 다르다. 리더십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직업이 배우다 보니 내 의견을 어느 정도 얘긴 하는데 예전엔 훨씬 더 소극적이었다. 여화정은 말의 내용이 거침없고 본인이 생각하는 걸 실천에 잘 옮긴다. 옮기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존대가 나올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멋진 사람이다. 닮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여화정 착장을 하면 자신감이 확 생기곤 했다."

-이 작품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tvN '내일 그대와'(2017) 때 유제원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나에 대한 정보도 없었을 텐데 뭘 믿고 나한테 매 회 등장하는 그런 큰 역할을 줬는데 모르겠다. 그때 신민아 씨 친구 역할을 맡았다. 그때 했던 인연으로 다시금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만나게 됐다. 너무 반가웠다."
 
이봉련이봉련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내가 하는 말이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까였다. 외향적으로 여화정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떠한 말을 했을 때 외적인 것 말고 이 사람으로 살아온 것들이 배우에게 묻어나야 듣는 사람도 설득력 있게 들을 수 있지 않나.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배우란 직업은 경험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표현도 넓어진다. 하지만 모든 걸 경험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난 결혼을 하긴 했지만 아이가 없고 화정이가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들과 다른 고민을 하며 산다. 어떤 것들은 경험에 의한 것이지만 어떤 것들은 간접적인 경험 혹은 상상력으로 해내야 하는 직업이다. 설득력 여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파트너 인교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진짜 좋은 배우다. 개인적으로 팬심을 전하고 싶다. 집에서 드라마를 볼 때 개인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장면은 장영국 장면이다. 인교진 씨의 호흡이 왜 이렇게 새롭고 재밌는지, '진짜다' 싶다. 코믹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장영국을 연기한다. 역할과 분리돼 인교진 씨를 보면 완전 다른 사람인데 그게 배우로서 볼 때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홍지희 배우(초이 역)와의 동성 러브라인이 있었다.

"극 중 초희라는 친구가 날 좋아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니까 똑같지 않나. 나를 좋아하는 감정에 대한 건 그대로 가져가고, 난 장영국을 좋아하는 거니까 그것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게 하려고 했다. 관계들이 잘 보인 것 같다. 누굴 좋아한다는 감정은 다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초희는 날 충실히 사랑하고, 나는 장영국을 사랑하고, 장영국은 첫사랑이었던 초희를 충실히 그리워하다가 나중에 그 사랑이 여화정이었다는 걸 깨닫고 돌아오는 것이다. 각자의 몫을 잘한 결과란 생각이 든다."

-재회한 신민아, 첫 만남이었던 김선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내일 그대와' 당시 드라마 현장 자체가 낯설었다. 긴장과 모험의 연속이라 정신이 없었는데,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실제로 나이도 한 살씩 더 먹었고 세월이 흘러 더 깊어졌구나 싶더라. 김선호 배우는 연극 무대에서 익히 들었던 후배다. '한 번도 왜 우리가 만나지 못했는지' 얘기하며 시간이 흘러 헤어지게 됐는데 다시금 만나고 싶다. 무대에서 꼭 만나고 싶다."

-공진이라고 불렸던 실제 포항 촬영지가 유명세를 탔다.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그곳이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북적거렸다. 촬영할 때 분위기는 공진 그 자체였다. 마치 '내가 어떤 시간에 거기 살았었는데?' 이렇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연기하는 거였지만 실제 살았던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을 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모니터 할 때 시청자 모드로 흠뻑 젖어서 봤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 양말 뒤집힌 거 보고 쌓인 걸 폭발하는 장면이 있었다. 살면서 켜켜이 쌓인 어떤 걸 분출할 때 그런 기분이지 않나. 본질은 그게 아닌데 다른 걸로 어떤 걸 토해낼 때 심정을 연기해보니 어떤 것들은 혼자서 삭히고 곪고 그럴 게 아니라 대화를 시도해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때론 어떤 문제의 근본을 찾아볼 의지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봉련이봉련

-'갯마을 차차차'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연극 작업을 한 건 오래됐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이제 10년 차가 된 것 같다. 그 와중에 많은 역할이 있었고 기회들이 있었는데 '갯마을 차차차'는 날 역할로 기억해주는 첫 작품인 것 같다. 드라마 시청층이 넓더라. 어르신들도 와서 '통장님'이라고 부르며 인사를 건네곤 한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작품이다."

-남편 이규회 배우의 반응은.

"본 방송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집에 없을 때도 드라마를 봐줬다. 그러면서 '부럽다'며 '이런 따뜻한 드라마에 따뜻한 아저씨 역할을 해보고 싶다'라고 하더라. '네가 최고야'라고 항상 응원해준다.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최고의 응원이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아주 기분 좋은 한 해다.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한 게 좋은 출발이 됐다. 상을 받을 줄도 몰라 얼떨떨했는데 얼마 안 있다가 '갯마을 차차차'를 준비하게 됐다. 내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던 시기다. 어떤 것에 대한 눈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을 받았다. 그저 묵묵하게 해왔는데 그거에 대한 결과물이 주어지니 부담이 없었는데 부담도 조금씩 생기고, 부담으로만 있으면 힘들 텐데 '갯마을 차차차'를 촬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분산됐다. 그런 게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연기를 시작할 때 '내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부담은 아직도 뻐근한 기억으로 몸에 실려있다. 작업을 하는 과정,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분산하는 것이지 그 모든 부담이 살아가면서 계속 얹어지고 해소되지 않은 채로 가는 것 같다."

-요즘 고민은.

"너무 많이 알아봐 주셔서 어디든 자유롭게 못 가면 어떻게 하지 싶다.(웃음) 날 방해하는 분은 없겠지만 너무 많이 알아봐 주니까, 살면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 좀 쑥스럽다. '이렇게 많이 알아보면 식당도 못 들어가는 거 아냐?' 이런 김칫국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동력이 떨어질 때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자극제가 된다. 나 아닌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배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결이 나와 다르니 많은 사람들과 장면을 만들어간다는 게 자극제가 되곤 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콤플렉스가 있지 않나. 타고난 게 모자라서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게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다. 노력해서 땀으로 일궈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은둔 고수.(웃음) 그런 역할이 재밌을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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