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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슬리퍼 찍었는데 '면허 인증'…무면허 중학생도 '쌩쌩'

입력 2021-10-11 20:43 수정 2021-10-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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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고가 잇따르자 법을 바꿔서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면허가 없는 저희 이예원 기자가 직접 해보니 지금도 킥보드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건지, 밀착카메라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취재진에게 한 학부모가 이런 연락을 해왔습니다.

[김모 씨/고2 학부모 : 저희 애가 면허가 없고요. 킥보드 결제가 한 번씩 되더라고요. 계속 탄다는 얘기잖아요.]

이런 전동 킥보드 요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죠.

이용하려면 원동기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시행된지 벌써 5달이 됐는데, 잘 지켜질까요?

무면허인 제가 오늘(11일) 하루 킥보드 대여를 시도해보며 알아보겠습니다.

이용자가 많은 앱입니다.

면허 정보를 아무렇게나 넣었습니다.

이름은 가나다라고 쓰고요. 면허 번호도 아무렇게나 쓸게요.

제가 찾은 킥보드가 여기 있습니다.

가입은 일단 했는데 이런 허술한 정보로 정말 킥보드를 빌릴 수 있는건지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QR코드를 찍자 운행이 시작됩니다.

또 다른 업체 앱에선 면허증을 찍으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운전면허증과는 모습이 전혀 다른 신용카드 뒷면을 찍어도 등록이 됩니다.

어떤 것까지 되는지 이것저것 찍어봤습니다.

과자봉지에다가 줄이 3개인 이른바 '삼선 슬리퍼'까지 등록이 됩니다.

취재하다 만난 중학생들은 친구들이 킥보드를 많이 탄다며 '뚫었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A양 B양 C군/만 15세 : (킥보드 타고 다니는 경우 본 적 있나요?) 제 친구 방금도 타고 갔어요. 형들한테 뚫은 것 같은데. 너 XX(킥보드) 어떻게 뚫었어?]

원동기 면허는 만 16세여야 딸 수 있지만 이미 없이도 많이들 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A양 B양 C군/만 15세 : 제 친구들 보면 그냥 다 타더라고요. 엄청 많아요. 친구한테 '그거 면허 있어야 되지 않아?' 했는데 '아니 그냥 탈 수 있다'라고 대답을 했었거든요.]

학생들이 말한 킥보드를 찾아와봤습니다.

방금 제가 대여해서 운행이 시작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제 면허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면허인증란이 있긴 하지만, 비워도 상관없는 겁니다.

실제로 학생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에게 면허 여부를 묻자 '없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현장음 : (킥보드 타려면 면허 등록해야 하잖아요.) XX(킥보드)은 그냥 없어도 돼요. (인증하거나 그렇지 않았다는 거죠?) 네.]

취재진이 확인한 업체 10곳 가운데 4곳이 면허 확인 과정이 허술했습니다.

책임도 물을 순 없습니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 대여사업은 인허가 없이 등록만 하면 되는 '자유업'입니다.

정부가 인증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자동차 렌트카업처럼 '등록제'로 바꿔 관리하는 법안은 국회 계류 중입니다.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정책과 사무관 : 킥보드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어요. 다만 계속 요청을 드리거든요. 업체들이 운전면허 체크를 잘해주셨으면 좋겠다…]
업체들이 운전면허 체크를 잘해주셨으면 좋겠다…"

그사이, 석 달간 경찰이 확인한 무면허 운전은 3천건이 넘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는 3년 새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도로 위 모두의 안전을 위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훈/서울 반포동 : 법적으로 면허가 필요한 거니까 무조건 지금보다 좀 더 확실하게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면허 확인이 허술했던 한 업체는 그동안 개인정보를 수집하는데 조심스러웠다고 밝혔습니다.

[L사 : 시스템을 개선하려 하고 있고요. 잘못 고의로 입력하신 분들은 저희가 계속 알림을 보내고 계속 개선이 안 되면 정지를 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합니다.)]

오락가락 입법 끝에 지금의 도로교통법으로 개정했던 건 전동킥보드를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든 제대로 관리하겠단 취지였을 겁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관리 공백, 서둘러 메워야 하지 않을까요.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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