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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면 돈 돌려준다"…의료 브로커들, 병원과 짜고 보험사기

입력 2021-09-30 20:38 수정 2021-09-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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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병원에 갔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수술을 당장 하라고 하거나 수술하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면 일단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문 브로커들이 병원들과 짜고 안 해도 되는 수술을 받게 하는 다단계 의료보험 사기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추적보도 훅, 최광일 PD가 그 실태를 파헤쳤습니다.

[기자]

대전에 사는 50대 이모 씨.

속눈썹이 안구를 찌르는 증상으로 집 근처 병원에서 10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2019년 이씨는 보험사 대리점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서울의 한 안과를 소개받았습니다.

정작 이 병원에서 이씨에게 내린 진단은 백내장.

[이씨/의료사고 피해자 : 대전하고는 틀린, 다른 백내장이 많이 진행됐다고 해서 수술 꼭 해야 한다고.]

병원 측은 진료 당일 곧바로 백내장 수술도 권유했습니다.

이씨를 병원에 데리고 간 지인도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이씨/의료사고 피해자 : 네 돈 하나도 안 들어가니까. 실비로 하면 되니까. 수술하게 되면 100만원 정도의 돈을 주고.]

실손보험에 가입한 이씨에게 교통비와 숙식비, 수술비도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실제 이씨는 수술이 끝난 후 수술비 800여만 원 중 자신이 지불한 110만 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씨 지인은 서울 여러 병원에 환자들을 알선해 주는 의료보험 브로커.

이씨에게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치과 수술을 추가로 권유하고 다른 환자를 소개할 경우 수십만 원의 사례비도 약속했습니다.

[이씨/의료사고 피해자 : 소개해 주는데 인원 수에 따라서 금액이 차등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씨는 수술 이후 찾아온 부작용으로 대학 병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씨/의료사고 피해자 : 초저녁에 밝은 날이었는데 간판처럼 큰 물체가 안 보여서 놀랐어요. 눈에서 뭐가 끼고, 막 물도 흐르고.]

대학병원 진단에 따르면 이씨는 백내장 환자가 아니었습니다.

해당 병원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병원 관계자 : 그걸 얘기하면 저희가 답변을 해줘야 되는 건지?]

병원 측은 환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이 병원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이씨에게 병원을 소개해 준 브로커 업체도 찾았습니다.

[의료보험 브로커 업체 관계자 : 저희가 답변을 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현재 일부 보험사들은 이 업체를 보험 사기로 신고했습니다.

[김기용/손해보험협회 팀장 : 조직적으로, 이제 조직화되고 전문화되고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브로커들이 아예 회사를 차려 환자들을 병원에 이제 공급하는 거죠.]

취재진이 확보한 의료보험 브로커 업체들의 교육자료입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각종 수술들과 함께 그 혜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진단'과 같은 고가의 한약재도 공짜입니다.

[이씨/의료사고 피해자 : 안과, 성형외과, 치과 이렇게 네 군데. 산부인과 비용은 네 돈 안 들어가니까. 1700만원 이상 가는 거를 실비 처리되니까.]

조직적인 보험 사기는 과다 진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에 사는 40대 나모 씨.

지난해 말 오른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에 시달렸습니다.

[나씨/의료사고 피해자 : 이쪽 눈이 형광등이 나간 것처럼 뭘 딱 보려 하면 깜빡, 깜빡, 깜빡. 이렇게 깜빡, 깜빡, 깜빡 하루 종일 그러는 거예요.]

해당 병원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신고하면서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병원 측이 나씨 양쪽 눈 모두 수술한 것으로 신고하고, 해당 보험급여를 받아 간 겁니다.

[나씨/의료사고 피해자 : 그러니까 저는 양쪽 다 백내장 수술을 한 사람이 된 거예요. 나라에서,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그런데 저는 한쪽을 안 했잖아요. 이게 뭐 칼 들고 해야지만 상해가 아니잖아요.]

의료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황홍석/안과의사회장 : 요즘 언론 보도 보면 산부인과나 다른 한방 쪽에서나 방식이 저희 안과에서 일어났던 방식하고 거의 유사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의료보험 브로커 조직과 연관된 국내 의료기관만 25개, 그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영상디자인 : 유정배 / 인턴기자 : 김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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