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 변요한(36)과 박정민(35)
이 추석 스크린을 책임지는 주역으로 나선다. 30대를 대표하는 배우들로 어느 덧 충무로의 중추 신경 역할을 하게 된 변요한과 박정민은 올 추석시즌 각각 영화 '보이스(김선·김고 감독)'와 '기적(이장훈 감독)'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전직 형사 출신 피해자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르는 극과 극이지만 두 사람 모두 극중 스토리를 이끄는 화자로 다양한 인물들과 얽히며 영화를 풀어 나간다. 짜맞춘 듯 스스로를 못살게 굴면서까지 연기에 올인해 온 닮은꼴 행보는 신인시절부터 남달랐던 떡잎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동년배 박정민과 변요한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늦깎이 나이 입학해 같은 시기 학교를 다니며 활동한 동창으로 유명하다. 박정민은 고려대학교 재학 중 연기에 미련으로 과감히 자퇴, 한예종에 재입학했고, 변요한 역시 예고 입시를 준비하던 중 부모님의 반대에 유학과 군복무까지 마친 후 20대 중반 한예종을 찾은 케이스다.
뒤늦은 입학에 나이 어린 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녀야 했던 박정민과 변요한은 자연스럽게 돈독한 친분을 다지게 된 사이. 발표 숙제도 자주 하고, 다양한 학교 작품에 출연하며 우정을 나눴던 이들은 약 10여 년의 세월동안 꿋꿋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고, 대중에게 이름과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상업영화 필드 위 어엿한 선의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변요한과 박정민은 서로를 먼저 알아보고 이제 막 얼굴이 알려지던 신인 시절부터 대단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들개(김정훈 감독)'에서는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바, 들개처럼 피끓는 청춘을 함께 보낸 이들은 이젠 배우와 연기라는 꿈을 이루고 신뢰를 쌓으며 책임감까지 누리게 됐다.
당시 박정민은 '파수꾼(윤성현 감독)'으로 인지도가 조금 더 높았고, 변요한은 '독립영화계 송중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늦은 밤, 새벽녘 몰래 집 앞에 있는 공중 화장실을 찾아 큰 소리로 대본을 읽었던 박정민, 군복무 중에도 휴가 때마다 오디션을 보고 전역 후 봉급 모은 돈으로 연기학원을 끊어 딱 5개월 만에 학교에 합격했던 변요한. 빛나는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찬란하다.
사진=영화 '들개'(김정훈 감독·2014) 변요한·박정민 스틸 사진=영화 '들개'(김정훈 감독·2014) 변요한·박정민 스틸 그 시절 박정민은 변요한에 대해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다 가진 친구다. 마음속에 항상 '쟤는 언젠가 치고 나간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잘 되도 잘 될만 하니까 잘되는 친구다. 배아파 하지 말자'라는 다짐도 했었다, 늘 부럽고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진짜 아주 어디까지 잘되나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변요한은 박정민에 대해 "많이 믿는 친구다. 또한 굉장히 훌륭한 배우다. 노력도 많이 하고 열정도 있고 특별한 부분들도 많다. 같이 연기하는 입장이지만 정민이를 보며 놀랐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정민이에게 많이 물어봤다. 작품을 보는 다각적인 눈을 갖췄다"고 리스펙했다.
지금의 변요한과 박정민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하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땅굴을 파고 들어가야 더 좋은 것이 나온다고 믿고, 매 테이크마다 좌절해 '좌절이 취미'라고 표현하는 박정민이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1년에 서른 편이 넘는 독립영화를 찍었지만 연기에 욕심내는 제 모습에 화가 나 그토록 바랐던 연기를 과감히 끊어냈던 변요한이나 독기는 도찐개찐이다.
'언행일치'도 현재진행형. 성장 후 생각하는 고민도 비슷하다. 데뷔 때부터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연기를 잘하는 게 좋고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단언했던 변요한은 이번 '보이스' 인터뷰에서도 똑같은 답변을 남겼고, 박정민은 "내가 몸 담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내 몫이 무엇인가 조금씩 찾게 된다.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동료 배우들은 이런 두 사람을 두고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쏟아냈다. 이 또한 약속이라도 한 듯 박정민도, 변요한도 이번 '기적'과 '보이스' 홍보기간 내내 함께 연기한 파트너들로부터 "참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한 몸에 받았다.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두 눈으로 직접 봤고, 알게 됐다"는 말. 이쯤되면 연기가 아니어도 성공했을 인생이다.
변요한은 박정민과의 빅매치를 앞두고 "짧은 시간에 다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정민이와 함께 한) 수 많은 기억들을 갖고 있다. 때문에 얼만큼 고민하고, 얼만큼 힘들어하면서 그 작품 만들었을지 안다. 예전에는 '200% 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서로 바빠 많이 연락을 못하는 상황에서도 '199%는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열심히 했던 30대 배우 두 명이 힘든 시기에 서로 만나 극장과 관객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렸으면 좋겠다. 그 친구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기적'도 파이팅이다"고 직접 응원을 보내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꿈을 보고 달린 20대, 꿈을 이뤄 또 미친듯이 달리고 있는 30대를 넘어 이들의 40대는 어떤 모습일지 언제나 보는 맛을 남기는 박정민·변요한의 행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