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카카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꽃 배달이나 택시 유료 호출 같은 일부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며 상생안을 내놨는데요. 알맹이는 쏙 빼놓고, 돈 안 되는 사업만 내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카카오 페이로 보내는 부조금, 카카오 가상 공간에 마련된 추모관.
현실에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카카오 상조' 광고인데요.
진짜가 아닌 네티즌들의 패러디입니다.
2077년이 되면 한국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카카오가 함께할 거란 농담이 공감을 얻으며 풍자가 쏟아진 겁니다.
이렇게 누적되어온 불만이 터지자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내놓은 상생안.
뜯어보면 알맹이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일단 철수를 결정한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분야로 꼽힙니다.
택시 시장에서도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짜인 택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카카오 블루'를 지키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 나옵니다.
없애기로 한 '유료 호출'과 가격을 인하한 택시기사 '유료 멤버십'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을 거란 겁니다.
승객이 추가로 1000원을 더 주고 호출을 하면 카카오는 택시요금과 상관없이 호출료의 일부인 400원을 가져갑니다.
반면 카카오 로고를 단 카카오 가맹 택시의 경우 많게는 매출 전체의 20%정도를 가져갑니다.
카카오 택시에 요금 만 원을 내면 카카오가 2000원을 가져가는 겁니다.
월 300만 원대의 택시요금을 받은 가맹기사 A씨 한 명이 지난 달 카카오에 낸 수수료만 60만 원대입니다.
[A씨/카카오T 가맹 택시기사 : 이달 수수료 입금하라고 날아온 거거든요. UT, 온다(다른 호출 앱)를 찍어도 카카오에서 저한테 떼가는 건 똑같아요.]
이렇게 택시사업의 수익 상당수를 차지하는 가맹 사업은 택시 업계 불만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호출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카카오가 가맹 택시에만 콜을 몰아줬다, 호출 중개를 하며 택시 가맹 사업을 하는 건 '심판이 선수를 겸직하는 것'으로 부당하단 주장입니다.
택시업계와 대리기사 단체 등은 카카오가 업계와 대화에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