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맥줏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월세방을 빼서 직원의 월급을 챙겨준 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죽음까지 내몰리는 비극을 막아달라면서 정부에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서영지 기자입니다.
[기자]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맥줏집.
거리두기 4단계가 된 이후 손님이 줄면서 문을 닫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이곳을 운영하던 50대 여성 사장은 지난 7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일은 자신이 살던 원룸의 보증금을 빼서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준 것이었습니다.
건물 앞 굳게 닫힌 문 앞엔 떠난 분을 애도하는 조화가 놓여 있고 문에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이 중 하나엔 '천국 가서 돈 걱정 없이 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밀린 도시가스 요금 독촉장과 카드사, 대출회사에서 보낸 우편물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김영훈/서울 도화동 : 문 닫기 전에 이쪽에 오래 살아서 자주 왔었습니다. 오늘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얼굴은 모르지만 많이 슬프네요. 더 좋은 날이 있을 텐데…안타깝네요.]
지난 7월엔 평택의 30대 노래방 주인이 가게 인근 자가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배달대행,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노래방 주인이 지인과 마지막 통화에서 남긴 말은 "이젠 좀 쉬고 싶다"였습니다.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올 들어 지금까지 적어도 22명의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걸로 파악했습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손실보상책을 내놓을 것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인원제한을 비롯한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촉구한다! 촉구한다! 촉구한다!]
[오세희/소상공인연합회장 :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3000개, 하루 평균 1000여 개 매장이 폐업했습니다.]
다섯 차례 심야 차량시위에 나섰던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