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한 달 뒤에 처리하기로 야당과 합의한 배경에는 청와대의 우려가 작용했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취재결과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의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을 직접 밝히는 것까지 검토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김소현 기자입니다.
[기자]
어제(31일) 오후, 언론중재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첫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여야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지 한 시간도 채 안 된 때였습니다.
[박경미/청와대 대변인 (어제) :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되어야 합니다.]
한달 가까이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침묵으로 일관해온 청와대가 기다렸다는 듯 입장을 낸 겁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애초부터 여당의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을 직접 밝히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관되게 지켜 온 언론관에 배치된다는 이유에섭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 접견/2019년 9월 : 나는 언론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또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언론에 입증 책임을 부과해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는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을 우려한 걸로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직접 메시지는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대통령이 막아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참모들이 만류했다고 합니다.
대신 참모들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여당과 조율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민주당 지도부가 강행 처리 쪽으로 기울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급히 국회를 찾아 더 분명하게 대통령의 뜻을 전한 걸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선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에 우려의 서한을 보낸 사실도 거론됐습니다.
서한에서 이레네 칸 보고관은 "개정안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은 우려를 국회와 공유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서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결과에 따라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