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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병상은 포화, 의료진은 번아웃…"지금까지 운 좋았을 뿐"

입력 2021-08-20 12:40 수정 2021-08-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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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거죠."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 서 있는 수도권의 한 공공병원 원장은 JTBC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길어지는 데 따른 병상 문제를 두고 한 말입니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는 코로나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퇴원하는 속도와 새로운 환자가 생겨 입원하는 속도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거기에 수도권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비수도권으로 환자를 이송시키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과 휴가철 이동에 맞물려 비수도권도 더는 여력이 없습니다.

모든 종류의 병실이 빠르게 줄고 있지만, 특히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이 갖춰진 중환자 전담 병상이 비상입니다. 전국 총 817개 병상 가운데 지난 19일 오후 5시 기준 292개가 남아 있습니다. 대전은 14개 병상이 모두 찼고 충남은 18개 병상 중 1개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 밖에도 10개 미만 병상만 남은 지역이 여섯 군데입니다.

중증에서 상태가 호전되거나 반대로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준-중환자 병상도 전국 438개 중 159개 남았습니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전담 병동에서 의료관계자가 환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전담 병동에서 의료관계자가 환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 치 앞 내다보지 못한 '병상 확보 전략'


애초에 병상 확보 전략을 잘못 짰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 7월 4차 대유행 초반 환자들의 특징은 '수도권 2030'이었습니다.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환자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위한 병상 마련에 힘을 쏟았습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대학 기숙사까지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공공병원들은 더 많은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3차 대유행 때 마련했던 중환자 병상을 중등증 환자 병상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와 언론의 관심도 중환자 병상에서는 비켜나 있었죠.

서울시립대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사진=연합뉴스〉서울시립대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위중증 환자 수, 한 달 만에 급증합니다. 1주일 평균 위중증 환자 규모가 7월 셋째 주 213명에서 8월 둘째 주 377명까지 뛰었습니다. 방역 당국은 델타 변이 확산에 아직 낮은 청장년층의 백신 접종률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모수'인 전체 확진자 수가 워낙 급격히 늘어난 탓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7월 말에라도 중환자 병상 마련에 들어갔다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더 안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병상 부족 문제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정부와 전문가 모두 눈치싸움만 하다가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최일선 의료진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음압병상.〈사진=연합뉴스〉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음압병상.〈사진=연합뉴스〉
◇ 뒤늦은 행정명령…현장에선 "디테일 떨어진다"


지난 13일에서야 정부는 수도권 민간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오는 27일까지 병상 700개 이상 규모인 곳에는 중환자 병상을, 병상 300~700개 규모인 곳에는 중등증 환자 병상을 늘려달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병상 회전율을 높이는 부분까지는 고려가 안 됐다는 것입니다. 중환자 중 상태가 호전된 사람은 중등증 환자 병실로 보내야 중환자 병상이 비겠죠. 한 병원 안에 중환자 병상과 중등증 환자 병상이 동시에 확보돼야 이러한 식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환자도 안심하고 병상을 옮길 텐데요. 지금은 '무 자르듯이' 병원 규모에 따라 병실 종류를 나눠 준비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본부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 부족으로 쓰러지는 간호사들과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환자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코로나19 감염병상 간호인력 기준마련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본부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 부족으로 쓰러지는 간호사들과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환자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코로나19 감염병상 간호인력 기준마련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력 문제도 있습니다. 중환자 병실을 운영하는 데는 더 많은 공간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수도권의 한 병원장은 "에크모를 들여놓으려다가 인력 부족으로 결국 포기했다"고 했는데요. 정부는 병상을 확보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오랜 코로나와의 싸움에 지친 의료진들은 이제 줄줄이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역사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역사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지적한 사항들, 이번 4차 대유행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가장 가깝게 3차 대유행 때도 이러한 문제는 똑같이 있었습니다. 당시 병상 부족으로 대기하다가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민한 대처는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4차 대유행은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입원'과 '퇴원'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비록 한발 늦게 시작했지만, 속도감 있는 정부의 대응을 기대해봅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코로나 중환자 대응 체계를 한층 더 치밀하게 구축하는 일도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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