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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법이] 성범죄 맞서다 가해자 다치면?…'정당방위' 달라진 시각

입력 2021-08-1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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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력을 당하던 피해자가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휘둘러 가해자가 다쳤다면, 피해자도 처벌을 받아야 할까요? 성범죄에 저항하기 위해 한 행동이니 '정당방위'로 보고 처벌받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강현석 기자가 세월에 따라 달랐던 '성범죄 정당방위'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 : (취했어. 술 한잔했는데?) 얼굴 하나는 죽이는데]

이 장면. 허구가 아닙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면입니다.

지난 1988년, 성범죄를 시도한 남성의 혀를 물어 자른 사건.

재판에 넘겨진 여성은, 1심과 2심에서 유죄와 무죄로 엇갈린 판결문을 받았습니다.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 : 만일 또다시 이런 사건이 제게 닥친다면, 순순히 당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과연 '혀를 자른 행위'가 꼭 필요했던 방어 행위였느냐… 이 부분이 쟁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지난해에도 있었습니다.

차량에서 성범죄를 시도하던 남성의 혀를 여성이 손상시켜 '중상해' 혐의를 받은 사건입니다.

결론은 '죄 안 됨'.

그런데 이유가 경찰 다르고, 검찰 달랐습니다.

[우희창/피해자 변호사 : 경찰에선 혀 절단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한 것 같고, 검찰에선 '아니다', '불가피한 사정이었다'는 생각하에 정당방위를 인정]

어느 쪽이 맞냐를 떠나 정당방위 적용이 '까다롭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우희창/피해자 변호사 : 정당방위 규정을 좀 더 넓게 인정해서 피해자를 피해로부터 보호할 방법도 있으니까…]

사실 성범죄 상황에 피해자의 강력 저항은 정말 드뭅니다.

[심지연/변호사 : 반항할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혹시 나를 더 때릴까 봐, 목을 조를 것 같은 공포심을 느꼈다는 등의 진술을 보통 하시는데…]

드물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성범죄와 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1964년, '최말자 사건'에선 당시의 사회적 인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남성의 혀가 잘린 건 같지만, 수사와 재판 중 "가해자와 결혼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가 하면 '키스당하는 모습을 재연하라'는 요구도 받죠.

결국 최씨는 '중상해죄'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그땐 그랬지', '지금을 갖고 과거를 판단하냐'는 말로 넘어가기엔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상황. 맞는 걸까요.

[심지연/변호사 : 가장 적당한 방법을 이용해서만 방어행위를 해야 한다는 건데. 극심한 공포심에 놓여 있는, 그것도 물리력 차이가 큰 피해자에게 그 정도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닌가]

물론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전향적인 판단도 나옵니다.

올해 초, 헌법재판소는 고시원에서 성추행을 한 남성을 그릇으로 때린 행동을 정당방위로 보기도 했죠.

사실 판사님들, 웬만해선 정당방위 인정하지 않죠.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입니다.

이 까다롭기 짝이 없는 정당방위에 대한 이야기,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취재협조 : 로톡)
(영상디자인 : 배윤주·심하린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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