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0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를 타고 우주 상공 100㎞ 넘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왔다. 〈사진=로이터 연합〉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본 11분. 현지시간 20일, 자신의 로켓을 타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엄지손가락을 연신 치켜들었습니다.
"살면서 최고의 날이었어(Best day ever)!"
브랜슨은 베이조스보다 아흐레 먼저 우주에 다녀왔습니다. 그도 그랬습니다.
"모든 게 그냥 마법 같았어요(The whole thing, it was just magical)."
브랜슨과 베이조스가 각각 운영하는 민간 우주기업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이 이달 들어 서로에게 질세라 우주선을 쏘아 올리면서 민간 우주관광 시대가 성큼 다가온 분위기입니다. 우리도 곧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걸까요?
현지시간 11일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버진 갤럭틱의 'VSS유니티'를 타고 고도 90㎞ 가까이 올랐다. 〈사진=로이터 연합〉
■'322억 우주선 티켓'은 갑부 10대 아들 손에 간밤에 있었던 베이조스의 여행부터 다시 보겠습니다. 사실상 일반인에게 열린 좌석은 딱 하나였습니다. 이 자리는 일찌감치 네덜란드 사모펀드 대표에게 돌아갔습니다. 푯값이 무려 2800만 달러, 우리 돈으론 322억 원에 달합니다. 낙찰받은 사업가는 바쁘다는 이유로 18살 아들에게 양보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일반인에게 열릴 티켓 가격은 이만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앞서 블루 오리진은 민간 우주 관광 탑승료가 20만 달러(약 2억 7000만원)에서 30만 달러(약 3억 4000만원) 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2018년 로이터통신이 전한 시세입니다.
지금 블루 오리진이 생각하는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장가가 형성돼 있지도 않습니다. 현지시간 19일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블루 오리진이 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억 7000만원을 요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전했습니다. 블루 오리진은 다음 민간인 우주 비행을 9월 말이나 10월 초로 잡고 티켓을 팔 예정입니다.
내년부터 민간 우주 관광을 시작하려는 버진 갤럭틱의 티켓 가격도 '억' 소리가 날만큼 값비쌌던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전 시세를 볼까요. 버진 갤럭틱은 2014년 테스트 발사 실패로 판매를 중단하기 전, 표 600여장을 이미 일반인에게 예약받고 팔았습니다. 당시 25만 달러, 3억 원에 육박했는데요. 예약 명단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할리우드 연예인들도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랜슨의 경쟁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이 티켓을 샀다고 합니다.
내년 정식 비행에선 푯값이 비싸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시장에선 30만 달러(약 3억 4000만원)에서 40만 달러(약 4억 6000만원)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버진 갤럭틱 측은 종국엔 4만 달러까지 값을 끌어내리고 싶다고 한 바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5000만원 좀 안 되지만 이조차 장기적으로 가능할 얘기입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준비 중인데, 티켓 가격은 더 비쌀 것 같습니다. 내년 1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 여드레 있다 돌아오는 일정에 좌석당 5500만 달러, 무려 617억 원을 받았습니다. 유인 캡슐 안에서 민간인에게 허용된 이 좌석은 수퍼 리치 3명이 벌써 가져갔습니다.
■ 6시간 타는 비행선 티켓, 1억 5000만원 2024년 첫 비행을 할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가 운영하는 열기구 형태의 비행선 예약이 마감됐다. 지금은 2025년 비행 예약만 받는다. 〈사진=스페이스 퍼스펙티브 홈페이지 캡처〉 포브스는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라는 우주비행 스타트업 기업이 띄우려는 열기구 형태의 비행선을 타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소개 기사를 썼습니다. 거대한 비행 풍선을 타고 성층권에 올라가는 건데요. 6시간 나는데 한 사람당 12만 5000달러, 1억 5000만원이면 표를 산다고 합니다.
6월 말부터 예약을 받고 있는데요. 2024년 첫 비행인데 좌석 350개가 이미 마감됐습니다. 지금 사면 2025년 비행입니다.
시세만 보면 우주 가는 건 아직 남의 얘기 같습니다. 현지시간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우주관광 경쟁을 두고 "수백 년을 부자들이 위로 오르려고 경쟁해온 것과 똑같다"고 꼬집었습니다. "13세기 이탈리아 귀족 가문이 더 높이 탑을 세우려 경쟁한 것이나, 오늘날 맨해튼 고층 건물에 억만장자들이 가장 높은 층을 차지하려 하는 것이나 같은 심리"라고요. "이제는 우주가 지위를 선점하려는 최종 개척지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지구에 돌아온 직후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직원과 고객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하며 "당신들이 이 모든 돈을 내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아마존에서 번 돈으로 베이조스만 우주로 가 돈 잔치했다는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