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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강요받다 숨진 오 대위 아버지..."내 딸 죽음과 어찌 이리 똑같아"ㅣ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7-03 18:18 수정 2021-07-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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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추행을 당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이 중사. 이런 이 중사와 똑같은 죽음이 8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직속 상관의 성적 요구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오 대위입니다. 오 대위 아버지는 딸과 똑같은 죽음이 반복됐다는 사실에 또 한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 번째 피해자만은 막아달라는 아버지의 호소,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오 대위 아버지(2013년) : 장병들 보는 데 허리띠 풀어준다 더듬으면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오 대위 고모(2013년) : 그 사람이 회식 자리에서 oooo에 손을 딱 넣더래요.]

[오 대위 친구(2013년) : 옆방에 문이 있고 들어가면 안 보이잖아요. 뒤에서 안고 뒤에서 비비고…]

'이 중사' 전에 '오 대위'가 있었습니다.

8년 전, 직속 상관인 노 모 소령의 성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내던진 오 대위.

아버지는 딸의 휴대전화와 일기장 등에서 본 내용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 : 하룻밤만 자면 그다음에 근무 수월할 텐데… 자기 마음대로 안 되니까 업무로 조지는 거라. (동료 증언이) 저녁 6시나 되어 와서 (업무를) 시키더래. 그래서 우리 딸이 새벽 4시까지 했대. (노 소령이 눈에) 쌍불을 켜가지고 그 서류 보지도 않고 찢으면서…]

성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보복성 업무지시와 괴롭힘이 계속된 겁니다.

딸은 과일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숨진기 전 딸은 과일 상자를 열어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 : (딸 집) 문을 딱 여니까 우리가 택배 보낸 게 있잖아요. 과일이 썩어가지고 박스 안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거라… 그걸 보니까 얼마나 눈물이 납니까.]

군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딸, 군 생활을 잘해 상도 많이 받은 딸은 전입 10개월 만에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블랙박스에 남은 오 대위의 마지막은 "죽기 싫다", "살고 싶다"며 흐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딸의 억울함을 군이 풀어주길 바랐지만 돌아온 건 '회유'였습니다.

부대 측은 "오 대위 영혼이 노 소령을 풀어주라 했다"는 황당한 말까지 했습니다.

군사법원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 : 집행유예 나왔을 때 (귀에) 아무것도 안 들어와요. 그 자리에서 죽고 싶더라고.]

'노 소령 때문에 사망했다'는 심리부검 결과까지 들이민 끝에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딸의 죽음으로 산속에서 세상을 등지고 살던 아버지는 이 중사의 죽음을 뒤늦게 알고 펑펑 울었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 : 어찌 그리 똑같은 거야, 하나도 안 틀리고. 그때 국방장관께서 그런 일 두 번 다시 안 일어나기로 했잖아요. 왜 똑같은 사건이 똑같이 그대로 일어났냐 이 말이지.]

군이 아닌 다른 기관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힘줘 말합니다.

[오 대위 아버지 : 방송할 때만 잘해준다고 하죠. 돌아서고 나면 끝이요, 끝. 그러니까 나는 못 믿겠다는 거야, 국방부를. 이번 기회에 외부 민간에서 기구를 만들어가지고 처리를 해야 해요.]

2013년, 딸을 잃고 이런 말을 남겼던 아버지.

[오 대위 아버지(2013년) : 두 번 다시는 대한민국 여군들이 이런 일들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호소를 했습니다.

[오 대위 아버지 : 두 번 다시는… 우리 딸이 처음에, 이 중사가 두 번째 당했잖아요. 세 번째는 진짜 안 나와야 해요. 몇 년 있다 이런 일이 또 나오면 그때는 뭐라고 말할 겁니까. 나라에서 뭐라고 말할 겁니까.]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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