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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법이] 30일 2G 종료…남은 29만개 '01X' 번호는?

입력 2021-06-27 18:45 수정 2021-06-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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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흘 뒤면, 011, 016, 019 이런 번호 쓸 수 있는 2G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됩니다. 실종된 자식이 아는 번호라, 돌아가신 어머니가 쓰던 번호라 010으로 바꾸지 않은 번호가 29만 개 넘게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사연으로 쓰던 번호를 지키고 싶은 분들이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어떤 일인지, '세상의 이런 법이' 강현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헌법재판소 앞은 언제나 시위로 붐비죠.

이날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내용이…01X…01X? 011 016 019…이런 번호를 썼던 사람들, 대체 왜 여기까지 왔을까요.

사연은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정부는 011, 016, 019 등으로 흩어진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려 합니다.

SKT의 덩치가 너무 커지면서 국가가 할당한 번호였는데도, 011이 '브랜드화' 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01X를 2G에 한정시켰고, 2012년 KT, 2020년 SKT에 이어 올해 6월 30일자로 LG U+도 2G 신호를 끕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2G 서비스 종료로 인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01X가 필요한 사연은 다양합니다.

[김고봉/보험업 : (어머니가) 갑작스레 주무시다 돌아가셔서… 어머니 명의로 된 걸 계속 갖고 싶은 마음에 (01X 번호를) 소장을 한 거죠.]

[김윤기/자영업 : 연락이 왔어요. 그때는 011 번호일 때 연락이 와서…2019년 저와 거래한 업체더라고요. 영업이 끊기면 아예 밥줄이 끊기는 거잖아요.]

게다가 01X를 010으로 자동 연결해주는 서비스까지 끝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요.

사실 큰 틀의 법적 정리는 2013년 일단락된 게 맞습니다.

당시 01X 이용자들은 010 통합이 재산권,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죠.

그런데, 헌재는 이 주장을 뿌리부터 부정하죠.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이동전화번호를 구성하는 숫자가 개인의 인격 내지 인간의 존엄과 관련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어렵다. 이렇게 바꿔보죠.

'번호는 번호일 뿐, 너가 아니야'

'이동전화번호는 유한한 국가자원으로서 청구인들의 번호이용은 사업자와의 서비스 이용계약 관계에 의한 것일 뿐이므로 재산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이건 이런 뜻입니다.

'핸드폰 번호는 나라 것임. 재산권 침해는 말이 안 됨'

2020년, 이들은 다시 헌법소원을 냈죠.

[신대용/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매니저 : 유독 01X번호만 3G 이상으로 바꾸면 번호를 변경해야 한다는 세칙이 있어요.]

2G만 쓰라고 강제한 건 통신 계약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합니다.

사실 핸드폰 번호란 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도 아니고 나라 것이기도 해서 법적으론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찌됐던 이 번호가 절실한 이용자들은 판단을 받아보고 싶은데 그 전에 2G서비스가 끝나게 생겼으니 당사자는 애가 타는 겁니다.

사실 2G를 없애도 기술적으론 01X를 얼마든지 3G, 4G, 5G에 연결 가능합니다.

법으로 막혀있을 뿐이죠.

이미 010으로 바꾼 사람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곤란하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어쨌든 헌법소원을 낸 이용자들은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대용/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매니저 : 저 사람들이 왜 20년 동안 (01X를) 간직하고 있었냐. 돈을 바랐냐. 보상때문에 그랬느냐. 저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손해배상 청구를 1원이라도 한 적이 없거든요.]

(영상디자인 : 배윤주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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