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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이준석, 당대표 출마 선언…'용광로' vs '2030 맞춤형'

입력 2021-05-20 18:57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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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공교롭게도 날짜를 맞췄는지는 모르겠지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같은 날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모든 대선주자를 받아들이는 용광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이 전 최고는 2030의 대변인을 자처한 만큼 젊은 세대의 표심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과거에는 미국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라고 불렀습니다. 어떤 형태의 금속이든 일단 용광로에 들어가면 기존 모양을 잃고 완전히 녹아버리고 마는데요. 미국에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다양한 민족이 USA란 이름 아래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죠. 일단 미국에서 살면 어디 출신이건 고유의 특색은 옅어지고 어느새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녹아드는데요. 이런 점에서 미국 사회를 용광로라고 한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오늘(20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는데요. 바로 이 용광로론을 꺼내들었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 모든 후보를 받아들이고 제련하여 더 단단한 후보, 튼튼한 후보, 배출하겠습니다. 그를 위해 대선 경선 과정을 파격적으로 운영해나가고, 저 나경원은 용광로를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습니다.]

국민의힘을 야권의 모든 대선 주자를 끌어안는 범야권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일 텐데요. 근래에는 사실 미국 사회를 표현하는 용어로 '용광로'보다 '샐러드보울(Salad Bowl)'이 좀 더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샐러드보울에는 야채를 포함해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재료를 함께 넣곤 하죠. 전 개인적으로 두부나 훈제오리가 들어간 샐러드가 맛이 좋더라고요. 용광로와 달리 샐러드보울에 담긴 재료들은 각자의 풍미는 유지하면서 다 함께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말이죠. 나 전 의원이 왜 샐러드보울 아니라 하필 용광로를 택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용광로 안에서는 각 구성원의 개성은 빛을 잃을 위험성도 있기 때문인데요.

[나경원/전 의원 : 결국 우리 당 밖에 계신 여러 후보와 세력까지 모두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용광로 정당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 세대, 계층, 가치의 차이를 극복해 모두 녹여내겠습니다.]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표현에 눈길이 가는군요. 차이를 존중보다는 극복의 대상으로 본 듯한데요.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보수정당으로서의 근본적 정체성은 지키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야권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녹여내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은데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나 전 의원, '독하게 섬세하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죠. 이번에도 독하고 강인한 리더십으로 승부를 본다는 생각일까요?

[나경원/전 의원 : 경륜과 패기를 넘어선 지혜, 정치력, 결단력이 필요한 그러한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쇄신과 통합을 통한 대선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어서 정권교체의 꿈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독기보다는 지혜와 정치력을 앞세웠네요. 경륜과 패기만으로 안 된다고 초선·소장파도 견제했는데요. 물론 초선들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요. 어디까지나 그뿐이었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 저는 우리 초선들 또 청년들의 도전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용기와 도전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 당의 지평을 확장하는 이분들의 도전을 칭찬 드리고 또 그분들의 생각을 같이 공유하도록 그렇게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도전 정신은 높이 사되 결국 초선·소장파의 생각도 하나로 엮을 사람은 나뿐이다, 이런 기세가 엿보이는데요.

여기에 맞선 초선·소장파 중 한 명이죠.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나 전 의원이 오전에 출마 선언을 하자 이 전 최고는 오후에 일정을 잡았죠. 일부러 출마 선언을 같은 날, 다른 시각에 잡아 맞불을 놓은 것 같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당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선 승리를 한번 멋지게 만들어 보이고 싶습니다.]

시원하고 당차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 전 최고, 평소와 달리 헤어스타일도 이마를 드러내는 2대8 가르마로 바꿨네요. '당 대표가 되고 싶다', 어찌 보면 투박하지만 패기 넘치게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먼저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민의힘은 과거에 비겁했다고 지적했는데요.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누구 하나 바른 소리를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젊은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방안도 결국 '비겁함과의 결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먼저 우리는 각자 마음속에 깊게 자리한 만성적인 비겁함과 탐욕을 게워 내야 합니다. 보신주의에 젖어서 틈만 나면 양비론과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을 젊은 세대는 경멸하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이나 이 전 최고나 둘 모두 혁신을 내세웠는데요. 나 전 의원은 모든 세대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면요. 이 전 최고는 2030 맞춤형 전략으로 맞섰습니다. 수트로 비유하자면 기성복과 맞춤정장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 MZ 세대의 현안부터 치매 어르신들의 아픔까지 환경, 인권, 북한 주민의 삶, 백신, 문화적 다양성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스마트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유능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를 우리 당의 최우선 과제로 논의해야 합니다. 자산 불평등, 젠더, 입시 공정 등 테마는 많고 할 일은 많습니다. 이제 정치권은 매번 젊은이들이 쓰는 유행어를 따라 쓰는 수준의 그런 정치를 지나 그들의 이슈를 세밀하게 공부하고 다뤄야 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출마 선언을 연달아 하면서 국민의힘 당권 주자는 이로써 10명이 됐습니다. 오늘 새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상으론 이 전 최고위원과 나 전 의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선두권을 형성하며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 전 최고가 19%, 나 전 의원 16%, 주 전 원내대표 7% 순입니다. 그 뒤를 초선인 김웅 의원이 쫓고 있고요. 크게 보면 중진 대 초선·소장파의 세대 대결로 굳혀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앞서 컷오프를 통해 후보를 5명까지 추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중진 의원이라도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면 컷오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제 변수는 각 세대별 후보들 간 단일화입니다. 이 전 최고와 김웅·김은혜 의원 등 초선·소장파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달 22일 '신인 출마자 합동토론회'를 열기로 했죠. 여기서 단일화를 둘러싼 후보들 사이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진들은 대다수 완주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요. 만일 결선을 고려해 영남권 중진들인 주호영·조경태·조해진·윤영석 의원 등이 단일화를 할 경우 판세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후보들 간 합종연횡 소식은 잘 살펴보다가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 나경원-이준석 같은 날 출마선언…'용광로' VS '2030 맞춤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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