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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영상] 김 총리 "지금의 대한민국 '오월 정신' 절실"

입력 2021-05-18 10:44 수정 2021-05-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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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다시, 5월입니다.

5월 영령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5·18민주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오랜 세월 그날의 아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41년 전 5월, 우리의 민주주의는 신군부의 야욕에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대구의 2·28민주운동, 대전의 3·8민주의거, 마산의 3·15의거를 통해, 마침내 4·19혁명으로 꽃피운 민주주의의 봄이 다시 한 번 벼랑 끝에 내몰렸습니다.

부산과 마산에서 타오른 시민들의 저항과 '서울의 봄'을 지키고자 했던 힘이 약해져 가던 바로 그때, 광주의 시민들이 일어섰습니다.

우리의 아버지요, 어머니요, 형제자매였던 평범한 시민들이 '비상계엄 철폐' '유신세력 척결'을 외치며 거리의 투사가 되었습니다.

민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세우며 총부리를 겨누던 군부독재의 무자비한 탄압에 피 흘리며 맞섰습니다.

부정한 권력이 야만과 광기로 내달릴 때, 광주는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민주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독재에 맞선 모든 이웃과 시민을 내 가족처럼 보듬어 안은 하나 된 공동체를 보여주었습니다.

5월 광주 이후,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 곧 민주화운동이 되었습니다.

5월 광주 없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우리 모두는 광주에 빚진 사람들입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41년 전, 광주에서 벌어진 일은 분명합니다.

신군부가 장악한 국가권력이 국민을 학살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로서 광주시민과 5·18 영령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화해와 용서는 지속적인 진상규명과 가해당사자들의 진정한 사과, 살아있는 역사로서 '오월 광주'를 함께 기억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용기 있는 증언과 고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되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총격으로 희생당한 고(故) 박병현씨 유가족을 만나 사죄했습니다.

고인의 형께서는 "늦게라도 사과해 주어 고맙다. 과거의 아픔을 잊어버리고 마음 편히 살아달라"며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진실보다 위대한 사과와 애도는 없습니다.

진실의 고백은 화해와 용서의 시작입니다.

전국에 계신 여러 당사자와 목격자 여러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더 늦기 전에, 역사 앞에 진실을 보여주십시오.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은 그 마음,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 애절한 심정,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라도 알고 싶은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십시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묶여있는 그 한을 풀어 주십시오.

누구도, 여러분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또한 역사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광주시민께서는 여러분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안아주실 것입니다.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계엄군으로 투입되었던 장병들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진술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시신들, 헬기사격, 발포책임자 규명 등 아직 밝혀내야 할 진실들이 많습니다.

유가족과 광주 시민들께 약속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오월 광주'에 대한 완전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군인들의 용기 있는 진술로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이 시점에도, 내란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핵심 책임자들은 단 한마디의 고백과 사과도 없습니다.

역사의 이름으로, 광주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그날의 진실을 밝히고, 광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터무니없는 왜곡과 날조로 5·18 영령과 유가족은 물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모욕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을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하루속히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오월 광주'를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5·18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은 혼돈의 시대를 밝힌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입니다.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투쟁하고 있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광주는 희망입니다.

지금도 광주에서는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비단 미얀마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부정과 불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세력에 저항하는 모든 시민들이 광주와 함께 반드시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한 오월 광주의 정신은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너무나 절실합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마저 부족해진 극단의 위기에 처했을 때, 광주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빛고을전남대병원'과 '순천의료원'이 전국에서 맨 처음으로 대구의 환자들에게 병상을 내 주셨습니다.

끝없이 밀어닥치는 환자에 대구의 의료진들이 지쳐 쓰러져 갈 때, 광주시의사회가 '달빛의료지원단'을 꾸려 대구에 와주셨습니다.

'오월어머니집'에서는 대구시민과 의료진들을 위해 따뜻한 도시락을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이것이 '오월 정신'입니다.

오월 정신은 달빛 동맹으로 이어졌습니다.

대구를 달리는 518버스, 광주를 달리는 228버스도 보았습니다.

오월 광주가 외롭지 않았듯이, 2020년 대구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분열과 갈등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거짓으로 국민을 갈라놓은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월 정신을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계승해 나갑시다.

위대한 민주주의의 역사 아래, 분열과 대립을 넘어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갑시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신 민주영령과 유공자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켜나갑시다.

다시 한 번, 엄숙한 마음으로 5·18민주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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