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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대학살' 보고서…프랑스 책임 강조|아침& 세계

입력 2021-04-21 08:56 수정 2021-04-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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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난 19일, 동아프리카 국가 르완다에서 프랑스 정부가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정부 조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프랑스와 르완다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 4월 7일, 르완다에서 다수 민족이자 정권을 장악한 후투족이 소수 민족인 투치족을 무참하게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3개월 사이에 100만 명가량이 살해됐습니다. 르완다 정부는 지난 19일, 600쪽 분량의 르완다 대학살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대학살 조짐을 미리 알고도 후투족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등 르완다 대학살에 큰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학살 당시 프랑스는 벨기에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뒤 종족 갈등으로 장기간 정국 불안을 겪고 있던 르완다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됩니다. 프랑스 정부는 그동안 르완다 대학살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르완다와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2006년에는 두 나라가 단교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프랑스가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조금씩 개선됐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지난달 26일, 조사 보고서도 내놨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르완다 대학살에 대해 무겁고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르완다 대학살에 직접 개입했거나 대학살 조짐을 미리 알았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끌었던 프랑스 역사 학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뱅상 뒤클레르/프랑스 역사학자 : 우리는 이 보고서에서 당시 르완다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숙고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대학살에 관여한 프랑스의 중대한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프랑스 진상조사위원회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에게 해당 보고서를 직접 전달했습니다. 카가메 대통령은 이 같은 프랑스 정부의 노력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르완다 대학살 책임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프랑스와 르완다, 양국 관계가 좀 더 진전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과거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르완다 대학살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프랑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유럽학회장을 지낸 이승근 계명대 교수,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가장 궁금한 것은 당시 벨기에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뒤에 종족갈등으로 정국 불안을 겪고 있던 르완다였습니다. 이 르완다에 프랑스가 왜 개입을 하게 된 것인가, 이 부분인데 개입 배경부터 좀 살펴볼까요?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르완다에 대해 1970년대부터 프랑스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고 후투족 출신의 하비아리마나 대통령 정부를 지원해 왔습니다. 1994년 4월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내전과 집단학살이 촉발된 것입니다. 르완다 정부가 미국의 로펌 레비 파이어스톤 뮤즈에 의뢰한 2017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테랑 정부는 학살에 참여한 르완다 군과 경찰을 훈련시켰고 투치족 살해 대상자 명단 작성뿐만 아니라 투치족에 대한 비방에 참여하여 집단학살 논리를 펴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뮤즈 보고서는 프랑스 정부의 개입은 르완다에 대한 영국과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배제한 데 있고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후투족이 장악한 르완다 정부를 프랑스가 지원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미테랑 대통령의 수석 군사보좌관은 당시 우간다에서 활동 중인 반군 르완다 애국 전선이 앵글로 색슨의 도움으로 투치랜드 건설을 꾀하고 있음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프랑스 개입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 르완다 정부도 관련 보고서를 내놨고요. 프랑스 정부 역시 2년에 걸쳐 진상조사를 벌인 뒤에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한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프랑스가 조사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르완다 정부도 2017년 미국 로펌에 의뢰한 최종 보고서를 지난 19일에 발간하며 양측의 보고서 발간이 대학살에서의 프랑스 역할과 관련하여 공동의 이해를 위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함으로써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보고서에서 여전히 투치족 학살에 프랑스가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르완다가 인구 1300만 명의 소국이지만 아프리카 중동부 중심에 위치하여 이 지역의 주요 지배세력이었던 프랑스에게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르완다는 과거 프랑스권에 속한 나라였고 대학살이 있은 지 27년이 지난 지금 양국 간 관계개선을 통하여 프랑스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책임 공방으로 2006년에서부터 2009년 사이에 외교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기도 하였습니다만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2018년 이래 세 차례나 프랑스를 방문하였고 카가메 대통령의 기밀이었던 94년 하비아리마나 대통령 비행기 사고에 대한 조사도 종결되었습니다. 또한 집단학살에 관여한 자들이 프랑스에서 체포되어 최근 재판장에 서게 되는 등 양국관계 진전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7일은 르완다 대학살 27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르완다인의 삶은 지정학적 장기판의 말에 불과했다"며 당시 강대국들의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프랑스가 르완다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과오를 완전히 인정하고 그에 맞는 반성과 사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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