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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벌레 때문에 딸기우유 못 먹겠다"는 분들께 희소식

입력 2021-04-09 18:58 수정 2021-04-10 13:00

카이스트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만든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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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만든 이것은?

딸기우유의 분홍빛을 연지벌레로 만들어낸다는 사실, 많이들 들어보셨죠. 저도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날, 분명 그 전까지 맛있게 잘 먹어왔는데 한동안 딸기우유 마시기가 꺼려졌던 기억이 납니다.

연지벌레에서 얻어지는 붉은색 천연 색소의 이름은 '카르민산'입니다. 딸기우유나 사탕 같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립스틱·매니큐어 등 화장품의 붉은 색을 내는 데도 많이 씁니다.

벌레로 만들어낸 붉은 색소, 저만 맘에 안 들었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스타벅스는 2012년 소비자 항의로 원료를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스타벅스도 딸기 크림 프라푸치노·딸기 바나나 스무디 같은 메뉴에 연지벌레로 만든 천연 식용 색소를 넣었는데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 항의에 결국 토마토에서 추출한 색소로 바꾸었습니다. 적은 양의 색소를 만드는 데 수만 마리의 벌레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채식주의자들의 반발이 가장 컸다고 합니다.

혐오감만 문제인 건 아닙니다. 연지벌레는 남아메리카에 있는 페루나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 등지에서만 기를 수 있습니다. 추출 과정도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또 연지벌레에서 나온 단백질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고요.

이런 붉은 색소, 이제 벌레 걱정 없이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카이스트 연구팀이 미생물에서 '카르민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장균 균주를 키워내는 배양기의 모습. 산소도 넣어주고, 저어주면서 대장균 균주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준다. 〈사진=카이스트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대장균 균주를 키워내는 배양기의 모습. 산소도 넣어주고, 저어주면서 대장균 균주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준다. 〈사진=카이스트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

연구팀은 우선 카르민산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전구체)을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만들었습니다. 카르민산을 생산하려면 이 전 단계의 물질을 카르민산으로 만들어야겠죠. 연구팀은 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효소를 찾았는데요. 처음엔 이 효소가 바로 카르민산을 만들어낼 정도로 효율이 높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연구팀이 사용한 게 '도킹 시뮬레이션'(docking simulation)입니다. 가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소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은 거죠. 개량한 효소를 넣으니 카르민산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카르민산이 담긴 플라스크의 모습. 카르민산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산물이 함께 생산되기 때문에 검붉은 색을 띤다. 부산물을 제거하면 조금 더 밝은 붉은색이 된다고 한다. 〈사진=카이스트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카르민산이 담긴 플라스크의 모습. 카르민산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산물이 함께 생산되기 때문에 검붉은 색을 띤다. 부산물을 제거하면 조금 더 밝은 붉은색이 된다고 한다. 〈사진=카이스트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

이전에 곰팡이에서 카르민산이 만들어진 적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곰팡이에서 어떤 효소가 작동해 어떻게 카르민산이 만들어지는지, 생산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진 적은 없었습니다. 카르민산을 생합성 하는 경로를 규명하고, 곰팡이가 아닌 다른 미생물에서 카르민산을 만든 것은 이번 연구가 세계 최초입니다. 연구를 진행한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와 양동수 박사는 "이번 기술을 활용해 의학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중요한 천연물들을 높은 효율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와 양동수 박사 사진이번 연구를 진행한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와 양동수 박사 사진

연지벌레를 쓰지 않은 딸기 우유와 립스틱을 만나볼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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