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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사회 제보자 "내부고발 불이익당하면, 부패 못 막아"

입력 2021-03-31 17:48

마사회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제보자 김정구 차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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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제보자 김정구 차장 인터뷰

감사원은 어제(30일) 한국마사회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JTBC 뉴스룸이 지난해 2월 보도한 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의혹은 1년 만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확인된 기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입니다. 이 기간에 마사회 임직원이 받은 성과급은 100억 원이 넘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마사회의 경영평가를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이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환수할 수도 있습니다

▶마사회,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사실로...직원 가족까지 동원(3월30일)
https://news.jtbc.joins.com/html/376/NB11998376.html
▶마사회 '고객만족도 조작' 사실로…성과급 일부 환수 가능성(3월30일)
https://news.jtbc.joins.com/html/397/NB11998397.html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있었다" 공익제보 이후 고초 겪은 마사회 김정구 차장

한국마사회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5.27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한국마사회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5.27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JTBC는 지난해 2월 코레일과 마사회 등 공공기관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의혹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마사회 관련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익명의 제보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제보자는 본인이 가담한 조작에 대해 양심 고백을 했고, 내부 자료도 취재진에게 넘겼습니다. 당시에는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공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보자는 지난해 5월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마사회 김정구 차장입니다.
김 차장은 2019년 4월~5월 언론사와 마사회 감사실에 고객만족도 조작 의혹을 제보했습니다. 이후 고초를 겪었습니다. 마사회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차장을 직위 해제하고, 공공기록물관리기본법 위반,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김 차장은 휴게실이나 빈 강당을 전전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김 차장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신분보장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마사회는 일단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하며, 권익위 결정을 수용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권익위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감사원 "징계위, 공정하지 않았다"…마사회는 여전히 행정소송 중
지난해 2월 취재진과 마사회 내부 자료를 분석 중인 김정구 차장(왼쪽에서 2번째).지난해 2월 취재진과 마사회 내부 자료를 분석 중인 김정구 차장(왼쪽에서 2번째).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도 김정구 차장과 관련된 대목도 나옵니다. 감사원은 〈마사회가 김 차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공정하지 않게 운영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사회가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확보하고도, 이를 제대로 징계위원회에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징계위원회 녹취 중에는 "실제로 고객만족도 조사가 왜곡되었는지 확인이 안 됐다", "고객만족도 조사대상자를 특정하고, 이를 관리했다면 당연히 공익제보 대상"이란 대목이 남아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마사회는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김정구 차장 징계와 관련된 부분은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의혹과 징계 의결은 별개'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김정구 차장의 징계 사유는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는 것인데, 이 문서에 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대응이 부당했단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김정구 차장이 공익제보자로 판단되거나, 직위해제 처분이 취소될 수 있는 중요 사안이므로 이를 별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권익위에 이어 감사원까지도 마사회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하는 상황이지만, 마사회는 여전히 행정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내부 고발했다가 불이익당한다면, 누가 비리를 알리겠나?"

발언하는 한국마사회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5.27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발언하는 한국마사회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5.27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취재진은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의 진실을 밝힌 김정구 차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처음에 왜 제보를 하게 됐습니까?

"자괴감 같은 건데요. 저도 조작에 가담하고 양심에 걸렸는데, 마사회가 4년 연속 (고객만족도) S등급을 달성했다고 홍보를 하는 겁니다. 조작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심정이었는데, 실행을 맡은 과장도 심적 갈등을 겪는 것을 봤습니다. 근데 본부장과 처장이 강조하면서 내린 지시이기 때문에 대충하기도 어려웠어요. 밑에 실무자들은 양심에 갈등을 겪었는데, 홍보실에서는 기업 자랑으로 포장하고…. 결국 제보를 하게 된 겁니다."

-처음엔 익명의 제보자였는데, 본인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결정적인 것은 회사의 반박 보도 자료였죠. 역으로 저를 '문서 조작범'으로 몰고, 결국 고발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라고 생각했죠. 내부 고발자에게 패턴처럼 가해지는 상황을 이겨내고, 내부고발을 하면 피해를 본다고 당연히 생각하는 것을 거꾸로 뒤집어 증명하고 싶습니다. 아직 거기까지 갈 길은 한참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기업 관행적인 부패를 더 밝히고 싶습니다."

-마사회가 고객만족도를 조작했단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9년 4월에 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을 처음 외부에 알렸고, 이후 마사회 자체 감사에서는 조작이 없었다고 결론을 냈었습니다. 다시 2020년 2월 19일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JTBC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했을 때 마사회는 반박 보도 자료에서 증거문서들은 제가 조작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역시 조작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감사원 조사에서도 일부 관련자들이 조작을 부인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1000명이 넘는 마사회 직원 중에서 저 이외에 제2의 증언자가 나타나면서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모두가 쉬쉬하던 진실이 밝혀져서 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발언하는 한국마사회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5.27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발언하는 한국마사회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0.5.27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감사원 감사결과에 아쉬운 점은 없나요?

"부패는 상식의 눈으로도 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 감사에서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은 3년 정도만 밝혀졌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4~5년 전부터 광범위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4명의 회장이 임명되었었고, 감사도 몇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경마참여자로부터 받는 만족도가 만점이라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습니다. 자체적인 마케팅조사에도 경마참여자의 만족도는 70점 전후라는 결과도 수차례 나타났습니다. 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은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였고, 국가가 임명한 회장, 감사 그리고 이사, 감독부처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미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사회와 싸우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습니까?

"감사원 감사에 앞서 마사회는 수개월의 자체 감사에서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시 감사원이 조사하니까 적나라하게 조작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마사회 자체 감사에서 제보자였던 저는 해고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경찰에 고발도 당했습니다. 권익위원회에서 제보자 보호 조치가 내려오는 데 몇 달이 걸렸고, 경찰 조사를 받았고, 다시 검찰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는 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직위해제를 당했을 때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다시 신변보장 조치를 받는 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공공기관이 예산을 써가면서 위협을 가하는데, 반대로 내부제보자는 아직도 신변의 불안을 느끼면서 방어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모든 문제를 덮고 회사를 떠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회사를 떠나서 사건을 잊고 살려면 최소한 비공식 사과는 받겠다고 얘기했는데, 그것조차 답이 없었습니다."

-권익위에 이어 감사원도 징계가 부당하단 취지의 결과를 통보했는데요. 마사회는 행정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사회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신변보장조치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 징계와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이 비슷한 결정을 냈습니다. 하지만 마사회만 계속 저를 내부고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의 사례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내부비리를 제보하면 조직 안에서 교묘하게 불이익을 당합니다. 이런 사례가 계속 나타난다면 앞으로 공공기관을 비롯해 정부, 사회의 부패를 막는 내부고발을 주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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