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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보다 남자친구"…미얀마 시위 중심에 'MZ세대'

입력 2021-02-10 14:44 수정 2021-0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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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9일 미얀마 양곤에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커플 시위대가 등장했다. 〈사진=트위터 HponeShine〉  현지시간 9일 미얀마 양곤에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커플 시위대가 등장했다. 〈사진=트위터 HponeShine〉

"우리 아이에게 독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현지시간 9일 반군부 시위가 벌어진 미얀마 양곤에서 한 커플 시위대가 들고 있던 푯말에 적힌 내용입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을 한 이들은 "우리 결혼식은 미룰 수 있지만, 이 시위는 미룰 수 없다"는 문구도 들어 보였습니다.

이 장면은 미얀마 시위의 주축이 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미얀마 시위대는 시민들에서 총을 겨눈 경찰의 사진을 이용해 현상수배 포스터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Than Toe Aung〉 미얀마 시위대는 시민들에서 총을 겨눈 경찰의 사진을 이용해 현상수배 포스터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Than Toe Aung〉

이들이 미얀마 시위를 세계에 알린 주역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 상황을 현지 언론보다도 더 빠르게 전 세계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죠. 페이스북, 트위터뿐 아니라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시위대에게 총을 겨눈 경찰의 사진은 물론, 다친 시위대의 모습까지 발 빠르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외신 역시 미얀마의 MZ세대에 주목합니다. BBC는 현지시간 9일 "미얀마의 젊은 시위자들은 전통적인 시위를 깨뜨리고 있다"며 "이들은 인터넷과 서양문화에 익숙하고 과거 세대보다 더 자유로운 국가에서 성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내 전 남자친구도 나쁘지만 군부는 더 최악이다", "독재를 원하지 않고 남자 친구를 원한다"라는 재치있는 문구를 들고 시위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눈 경찰을 현상 수배한다는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죠.

 
미얀마 젊은층들은 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시위현장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틱톡 Aye Mya Phyu〉  미얀마 젊은층들은 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시위현장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틱톡 Aye Mya Phyu〉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시위를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이들은 과거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이끈 '88세대'의 자녀들입니다. 미얀마 인권운동가 소모뚜씨는 JTBC와 통화에서 "과거 민주화 운동에서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기 때문에 젊은 층들은 최대한 평화시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얀마 시위대들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현장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Shun Lae〉미얀마 시위대들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현장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Shun Lae〉

영국 텔레그래프는 현지시간 9일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을 깊이 존경하는 청년층들이 1988년 시위 정신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로이터는 "반세기 동안 미얀마를 지배했던 군부를 떠올리며 많은 사람이 시위에 참여했고,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자란 Z세대도 시위대에 합류했다"고 전했지요. "젊은이들이 최근 홍콩과 태국 시위에서도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관 덕에 이들이 시위 중심에 서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미얀마 양곤에 7년째 거주 중인 교민 한미 진 씨 역시 "젊은 층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NLD당을 탄압하는 군부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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