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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차별? 우리 회사는 우대!"|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2-06 19:53 수정 2021-02-0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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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호종료아동' 기획 세번째 시간입니다. '자립', 보통은 밥벌이를 할 수 있을 때, 자립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육원에서 자라온 아이들에게는 '나이'가 자립의 기준이 됩니다. 만 열여덟살만 되면 이제 다 컸으니 자립하라고 하죠. 한참 뒤처진 출발선, 또 사회의 편견 속에, 보호종료아동의 밥벌이는 고단하기만 한데요. 그런데 보육원 출신이라는 게 '스펙'이 되는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이 사례를 통해, 이들의 진짜 자립을 도울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기자]

보육원에서 갓 나온 만 열여덟 친구들을 받아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꿈을 찾아 나갈 때, 이들은 일이 고되기로 손꼽히는 택배 상하차장과 콜센터 등으로 향합니다.

[(친구들이) 부럽지만, 현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죠.]

코로나 사태 속에서는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습니다.

[좀 쉬라고. 나오지 말라고 가게. 코로나 터지고 나서 개미 한 마리 안 보인다고.]

그래도 아등바등 버텨봅니다.

여기서 한 번 삐끗하면, 잘못된 길로 빠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돈벌이로 뭐지, 인터넷 방송에서 벗방 했다가 찍힌 애들도 있고, 엄청 많아요.]

푸릇푸릇한 식물로 둘러싸인 이 사무실에도, 잘못된 길로 빠질 뻔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 회사의 대표입니다.

평생을 보육원에서 살다가, 열여덟에 빈손으로 세상에 나온 뒤 꽤 오래 거리를 헤맸습니다.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 정말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거든요. 노숙 생활을 하고, 정처 없이 길거리를 떠돌기도 했었는데…]

홀로서기가 혹독했던 만큼,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들의 자립을 돕겠다는 꿈은 커져만 갔습니다.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 돈만 주는 그런 지원 제도를 많이 만든다고 해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자립을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더라고요.]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3년 전, 직접 회사를 세웠습니다.

보호종료아동에게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이름도 형제를 지킨다는 뜻에서 '브라더스 키퍼'라고 지었습니다.

이곳에서만큼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게 '스펙'이 됩니다.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 (보육원 출신이라는 게)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러면 우리 회사가 우대사항으로 둬야겠다. 그러면 밝히지 않으면 올 수가 없잖아요. 맞죠.]

실제 직원 9명 중 6명이 보육원 출신입니다.

[김효성 / 브라더스키퍼 직원 : 초등학교 한 4학년 때쯤 부모님이 집을 나가셨어요.]

[권용수 / 브라더스키퍼 직원 :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들어가서…]

[윤재근 / 브라더스키퍼 직원 : 다섯 살 때 입소…]

[이현기 / 브라더스키퍼 직원 : 저는 여섯 살부터…]

이들에게 회사는 단순히 돈을 버는 곳만이 아닙니다.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보육원에서 하지 못한 홀로 설 준비를 도와주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김효성 / 브라더스키퍼 직원 :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없다보니까, 아무래도 늘 누구를 만나든 조심스럽고 좀 경계하게 되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진짜 좀 내 백이 생겼다는 마음이…]

[권용수 / 브라더스키퍼 직원 : 저는 다행히 그래도 같이 일하면서 (퇴소 후 겪는) 그 어려움들을 해결했는데, 내가 만약에 브라더스키퍼도 못 만나고 혼자서 그런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어떻게 보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는 셈입니다.

영국은 보호종료아동의 구직 포기 비율이 또래보다 훨씬 높은 걸로 나타나자 정부가 50개 넘는 기업 등과 약정을 맺었습니다.

10년간 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제공될 것으로 영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적 기업이라도 보호종료아동을 더 고용할 수 있게 되기를 김 대표는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퇴소 후 5년까지만 사회적 기업이 고용할 수 있는 취약계층이지만, 이를 만 34세로 늘려달라는 요청입니다.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 이것만 바뀌면 친구들이 사회적기업에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거예요.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근근이 유지하고 있잖아요.]

고용노동부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말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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