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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몰래 놓인 돼지저금통'…코로나에도 21년째 선행

입력 2020-12-29 21:18 수정 2020-12-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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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도 어김없이 그가 찾아왔습니다. 전주의 주민센터 직원들이 그의 온기가 담긴 지폐와 동전을 세고 있습니다. 칠천십이만 팔천구백팔십 원입니다. 끝자리는 그가 기부를 위해서 동전까지 꼼꼼히 모아왔다는 걸 말해 줍니다. 사람들은 남몰래 기부하고 있는 그를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부릅니다. 벌써 21년째 찾아오고 있는 천사는 "코로나로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란 메모를 남겼습니다.

정진명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29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가까운 교회에 성금이 든 상자를 놓아뒀다는 겁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입니다.

21년째 찾아왔습니다.

지난해 성금을 도난당한 사건 때문인지 얼굴 없는 천사는 주민센터 인근이 아닌 2백여 미터 떨어진 이곳 교회에 기부금을 두고 사라졌습니다.

[송병섭/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주무관 : 잘 보이지 않게 숨겨 놓으셨고요. 놓은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상자에는 돼지저금통과 5만 원권 현금다발, 글귀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습니다.

성금은 모두 7천여만 원.

종이에는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라는 위로와 소년소녀 가장을 격려하는 글이 적혔습니다.

올해도 역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연으로 기부하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조정익/인근 주민 : 올해도 하염없이 가져다주시고 그래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참 좋네요.]

천사의 선행은 2000년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58만 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처음 기부했습니다.

이후 1백만 원부터 8천여만 원까지 주민센터 근처에 몰래 놓고 갔습니다.

지난해에는 성금 6천만 원을 도난당했다가 4시간 만에 되찾기도 했습니다.

올해까지 기부한 성금은 모두 7억3천여만 원이 됐습니다.

5천7백여 세대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백현규/전주시 노송동 주민자치위원장 : 어려운 사람, 또 불우학생들한테 장학금으로 지원나가고 있거든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지만 전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따뜻한 나눔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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