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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입력 2020-10-19 08:12 수정 2020-10-19 10:07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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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8)

최근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 다퉈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던 것이 무색하게 말이죠. 이러한 변화의 흐름엔 특정 제조사가 아니라 거의 모든 제조사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안 하는 제조사를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죠. 그러다보니 2021년이 전기차의 원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기다렸다는_듯_쏟아지는_계획
먼저, 국내 시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판매중인 순수 전기차 외에 추가로 새로운 전기차 모델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의 경우 전기차 별도 브랜드 '아이오닉'을 런칭했죠.

이는 투싼 하이브리드, 쏘나타 하이브리드, 코나 EV 등 기존 내연기관 차의 '스핀 오프' 버전이 아닌, 처음부터 오직 전기차를 위해 만들어진 그런 차를 내보내겠다는 신호입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특정 차량의 모델명에서 브랜드명으로 끌어올린 후, 그 브랜드 안에서 세단부터 S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죠. 이처럼 '아이오닉' 역시 기존의 해치백 형태의 차량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서 다양한 차종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5'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 45 (자료: 현대차)

처음부터 '전기차 온리(Only)'로 만들어진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2021년 '아이오닉 5'가 출시됩니다. 기아차 역시 이 E-GMP 플랫폼을 활용해 내년에 전기차 'CV(프로젝트명)'를 출시할 예정이고요.

계획은 2021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 차량을 시작으로 라인업을 두툼하게 만들며 2025년까지 56만대(현대차), 50만대(기아차)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목표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 코란도 E-모션의 티저 이미지. (자료: 쌍용차)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쌍용자동차 역시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집니다. 쌍용차는 내년, 코란도 E-모션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쌍용차는 플랫폼부터 엔진까지, 내연기관 신차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죠. 내연기관에서의 경쟁이 어려워졌다면 전기차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코란도 E-모션은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쌍용의 부활을 결정지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발빠르게_움직이는_프리미엄_브랜드
우리가 흔히 '독3사'라고 부르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EQC(메르세데스 벤츠), i3(BMW), E-Tron(아우디) 등 각 브랜드의 '첫 전기차'는 이미 출시된 상태죠. 하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실험적'인 성격 혹은 브랜드의 '혁신성'을 보여주기 위한 기념비로서의 역할이 더 컸던 거죠. 세 제조사들은 이제 본격적인 전기차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몸 풀기 매치는 끝났고, 이제 본 게임에 들어가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메르세데스 벤츠가 준비중인 전치가 라인업. (자료: 메르세데스 벤츠)

내년, 메르세데스 벤츠는 EQS를 출시합니다. EQC가 기존 내연기관 SUV인 GLC의 플랫폼을 활용한 '습작'이었다면, EQS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기반한 '진짜 전기차'입니다. 네이밍에서 볼 수 있듯, EQS는 전기차(EQ)의 S클래스를 표방하는 모델입니다. 이후엔 '전기차의 E클래스' EQE와 EQS의 SUV버전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 EQS. (자료: 메르세데스 벤츠)

BMW는 독3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사이에 있는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거의 전 모델에 걸쳐 판매중이죠.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하이브리드' 그 자체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BMW의 전기차 콘셉트카, i4 콘셉트. (자료: BMW)

내년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전기차 라인업 구축에 나섭니다. BMW는 내년 i4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4도어 세단이지만 패스트백 디자인을 통해 스포티한 외관을 보여줄 전망입니다. 다만, 앞서 소개한 현대기아차나 메르세데스 벤츠와는 달리 CLAR(Cluster Architecture)라 불리는 '범용 플랫폼'을 이용합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까지 모두 범용으로 이용 가능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거죠. 이후 SUV 차량인 iX도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아우디 E-Tron GT 콘셉트카. (자료: 아우디)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아우디도 다양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중인 전기 SUV, E-Tron에 이어 세단형인 E-Tron GT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도로 위를 달리게 됩니다. 또한, 럭셔리함과 스포티함을 내세운 전기 SUV인 Q4 E-Tron도 내년 출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Q4 E-Tron의 경우, 모델 이름만 보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버전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 플랫폼을 이용한 차량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아우디 Q4 스포트백 E-Tron 콘셉트카. (자료: 아우디)

 아우디와 한솥밥을 먹는 포르쉐도 첫 전기차 타이칸에 이어 컴팩트 SUV 마칸의 전기차 버전을 준비중이고, 폭스바겐은 MEB 플랫폼을 이용한 해치백 ID.3, SUV ID.4를 출시합니다.

이밖에도 영국의 재규어도 플래그십 세단인 XJ의 전기차 버전을 내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랜드로버에서도 마찬가지로 레인지로버의 전기차 버전을 준비중입니다. 스웨덴의 볼보 역시 XC40의 전기차 버전과 순수 전기차 폴스타2 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름_먹는_하마_전기차로_부활?
쏟아붓는 연료량, 기름값,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아랑곳 않고 오직 '감성'만으로도 시장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머스탱과 험머도 결국 전기차로 돌아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포드의 첫 순수 배터리 전기차, 머스탱 마하-E(앞, 빨간 차). (자료: 포드)

포드는 자사의 첫 '순수 전기차'에 전통의 스포츠카 브랜드 '머스탱'을 얹었습니다. 머스탱 마하-E인데요, 머스탱은 이로써 '고급유 귀신' 마하-1과 '친환경 전기차' 마하-E가 공존하게 됐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 전기차 원년 될까 전기차로 돌아온 GM의 험머 EV. (자료: GM)

GM은 신형 험머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각진 디자인에 커다란 차체, 거기에 들어간 대배기량의 엔진은 험머를 '역대 최악 연비의 차'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죠. 2021년 다시 새롭게 돌아오는 험머는 '순수 전기차'로 다시 탄생할 예정입니다. GM은 단순히 험머만을 전기차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험머를 생산하는 공장 역시 '팩토리 제로'라는 재생에너지 100%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입니다.

#갑자기_지구를_걱정?_벌금을_걱정!
왜 갑자기,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전기차를 쏟아내려는 걸까요. 갑자기 단체로 어디선가 '지구를 구하라'라는 계시라도 들었기 때문일까요. 안타깝게도 이들 기업을 움직인 것은 '강력한 규제 정책'이었습니다.

당장 EU는 내년부터 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제조사들에 대해 일괄적인 탄소 규제에 나섭니다. 강력한 벌금으로 무장한 규제인데요, 한 해 동안 판매한 모든 차량의 탄소배출량이 '평균 95g/km 이하'여야 하는 겁니다. 이를 넘으면, 1g 당 95유로씩, 판매한 차량 대수만큼 벌금을 내야 합니다.

'벌금 몇 푼에 기업들이 이렇게 전격적인 변화에 나설까'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충격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에 따르면, 이 같은 규제로 현대차가 내년 EU에 물게 될 벌금 규모는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인 수치로는 23억 1222만 5178유로, 우리 돈 3조 1533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가 유럽에 판매한 차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인데요, 당시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3조 6847억 원이었으니 번 돈의 대부분을 벌금으로 내게 되는 겁니다.

이는, 유럽 내 판매하는 차량의 비중을 대대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현대차가 마주하게 될 현실입니다. 또, 비단 현대차뿐 아니라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마주할 현실이기도 하고요. 결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렇게 2021년, 천지개벽 수준으로 판매하는 자동차의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렇게, '본의 아니게' 맞이하게 되는 전기차 원년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아직도 '시기상조', '인프라 부족' 등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건데요, 타당한 우려도 있지만 근거 없는 걱정도 있습니다. 다음 주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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