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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①] "생일보다 축하받은 날…울컥" 이광수, 백상 수상 후일담

입력 2020-07-31 11:04 수정 2020-07-3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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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인간 피로회복제'다. 타고난 센스에 분위기를 진두지휘하는 말 한마디, 미소 한 방이 그야말로 농익었다. 슬쩍 눈치를 보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낯을 가리면서도 분위기를 이끄는 솜씨가 수준급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오히려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 언제 어디에서나 친근하고, 누구에게나 '친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이광수는 데뷔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스스로와의 약속을 야무지게 지켜내고 있다. 풀 장착된 겸손함 속 계산없는 너스레에 배꼽 잡기를 여러 번. '인간 이광수'에 빠져든 아시아 팬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인정한다.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자 자격으로 함께 한 취중토크 자리다. 이름 석자가 각인된 트로피를 손에 쥔 이광수는 그 날의 감동이 새삼 떠오르는 듯 트로피를 만지작 만지작 쓰다듬으며 "지금도 잘 실감이 안 난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로, '연기'상을 수상한건 이번 백상예술대상이 처음이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죄송합니다"라는, 어쩌면 지극히 이광수다운 소감을 남겼던 시상식 당일을 회상한 이광수는 "수상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어요. 울컥하는걸 꾹 참아내는게 보이더라고요. 다른 배우 분들처럼 멋진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솔직한 제 모습이 담긴 것 같아 좋아요."라는 진심을 또 한번 내비쳤다.

이광수에게 백상 트로피를 안긴 '나의 특별한 형제(육상효 감독)'를 직접 관람했다면, 누구도 이견을 내비치지 못할 결과다. 배우 이광수에 온전히 집중한다면, 그는 늘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고,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시도와 도전에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는 배우였다. "대중적으로 깊이 각인된 '런닝맨'과 예능인 이미지가 때론 독이 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뚝심있게 밀고 나간 행보와 노력은 보석같은 배우 이광수로서도 온전히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다. 평가절하를 뛰어넘은 화룡점정. 그 어려운걸 기어이 해낸 이광수다.

사람 좋은 이광수도 양보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원샷. 빤히 바라보는 눈초리가 늘어나는 술병보다 무섭다. "만드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말아야 마음이 편해요"라며 딱 한 모금 분량으로 쉼없이 제조한 소맥은 성동일·조인성 등 선배들의 극찬을 한 몸에 받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보기 드물게 편안했던 분위기 속에서 무려 5시간 넘는 시간동안 이광수와 나눈 속 깊은 대화들은 꽤 오랜시간 취재진들에게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전망. "제가 인터뷰 트라우마가 있는데, 오늘은 좀 잘한 것 같아요"라며 내심 흡족해 하던 이광수는 신바람나는 듯 한남동 골목 어귀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손하트까지 날리며 떠났다. 그에게도 소소하게나마 기분 좋은 시간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소주 두 병이요. (오~) 한 병 반! 하하. 두 병까지 마실 수 있는데 한 병 반 정도 마시면 딱 좋아요. 요즘엔 예전보다 술을 못 마시게 된 것 같기는 해요. 이미 너무 많이 마셨나봐요."

-주사가 있나요.
"아뇨. 다행히 크게 없어요. 술 취해도 주변 사람들이 제가 술 취한 줄 잘 몰라요. 나만 취하고 나만 기억 못하고 그러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제가 술을 굉장히 잘 마시는 줄 알아요. 실수도 잘 안하고 집도 잘 가요."

-주종은 무엇인가요.
"소맥을 제일 좋아해요. 형들이랑 선배님들에게 가장 칭찬 많이 받을 때가 소맥 만들 때예요. 잘 만든다고. 하하. 많이 하다 보니까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것 같기도 해요. 전 개인적으로 한 모금에 원샷할 수 있는 양으로 제조해요. 성동일 선배님이 제가 타 드리는 소맥을 제일 좋아 하세요. 이게 어찌보면 귀찮을 수 있는데 자발적으로 나서게 되더라고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호명 순간 어땠나요. 엄청 긴장한 모습이 눈에 보였어요.
"긴장도 많이 했고, 사실 전혀 예상을 못 했어요. 제 소감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싶고.(웃음) 저는 정말 몰랐거든요. 정말. 정말. 맹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였기 때문에 축하 하려는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너무 놀랐죠. 믿기지도 않고, 울컥하기도 했고요."

-추후에 수상 영상을 다시 봤나요.
"좀…. 많이요. 하하. 제가 그런걸 좀 잘 찾아보는 편이에요. 무대 위에 올라가서도 감정이 올라오는 아슬아슬한 포인트가 몇 번 있었는데 잘 참았어요. 그게 제 눈에는 보이더라고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을텐데요.
"생일 때보다 더 많이 축하 받은 것 같아요. 일단 현장에 함께 있었던 (유)재석이 형은 '너무 너무 축하하는데 논란이 될 수 있으니 당분간은 조심해라'라는 현실적 조언을 해줬고, '나의 특별한 형제(이하 '나특형')'에 함께 출연했던 (신)하균이 형은 '드라마 얘기 해줘서 고맙다'고 했어요(웃음) 무엇보다 '나특형' 팀의 축하가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님과 육상효 감독님 모두 본인들이 울컥 하셨다고, '정말 축하하고 고맙다'고 말해주셔서 많이 찡했거든요. 촬영 때 생각도 나면서 뭉클하고 뿌듯했어요."

-좋은 작품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맞아요. 개봉 당시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지만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개인적 아쉬움이 있었던 작품이거든요. 현장에 있던 선배님들도 '영화 아직 못 봤는데 꼭 볼게'라고 다독여 주셨고, '진짜 연기 잘했다. 응원했는데 상 받아서 좋다. 축하한다'고도 해주셔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유재석 씨의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은 농담이 아니었군요.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심인….(웃음) 거리두기 자리 배치상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바로 옆에 재석이 형이 앉아 있었어요. 이름이 불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재석이 형을 딱 봤는데, 형은 아예 제 쪽을 안 보고 있더라고요. 하하. 아무래도 거리두기를 해야 해서 그랬을 것 같기는 한데, 제 감정의 온도와 형의 온도가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유재석 씨가 상 받을 때 광수 씨도 별다른 리액션을 하지 않았던 건가요.
"아니 또 딱히 그런건 아니었는데. 으하하. 1부 끝나고 쉬는 시간에 형이 안아줬어요. 우리끼린 '축하한다' 대놓고 말하기에 좀 민망한 사이이기도 해서 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형이랑 같이 상 받아서 행복했어요."

-혹시 못다한 소감이 있나요.
"감사한 분들이 많잖아요. 가족 이야기도 하고 싶었고, 스태프 분들, 소속사 분들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단 하나도 못 했어요. 내려와서는 '더 이야기 좀 할 걸' 후회가 많이 됐었거든요. 바로 앞에 (오)정세 형이 너무 멋지게, 너무 좋은 말씀을 하셔서 상대적으로 비교가 많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했고요.(웃음) 근데 좀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거기에서 제가 또 무슨 명언이나 장황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안 어울렸을 것 같더라고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뭔가 아직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 상황에 가장 솔직하게 잘 이야기 하고 내려온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소속사(킹콩 by 스타십) 대표님에게 한마디를 한다면요. 한 소속사에 10년 넘게 몸 담고 있죠.
"음…. 여기도 또 그런 말을 잘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서.(웃음) 소속사나 소속사 관계자 분들 이야기를 하면 (그들이) 되게 좋아한다는걸 몰랐어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몰라준다는건 아니지만 확실히 언급해서 나쁠건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소속사에만 12년을 있었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랄까요? 하하. 갑자기 옮기기에도 좀 이상하고. 서로 잘 맞고 좋으니까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화제를 모은 '죄송합니다' 수상 소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와 예능인 사이의 고민이 포함 된 말이기도 했는데, 가장 첫 번째 이유는 함께 후보에 올랐던 선배님들과 위에서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죄송하다'는 마음이 크게 들더라고요. 저 역시 선배님들의 작품을 재미있고 봤고, 감동도 받았는데 그런 선배님들 앞에서 상을 받는다는게 좀 죄송했어요."

-심사결과는 만장일치였어요. '한국의 아담 드라이버'라는 평을 얻기도 했고요.
"심사평도 직접 봤어요.(웃음) 아담 드라이버는 저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인데, '스타워즈'가 한참 나왔을 때 '닮았다'는 이야기를 (이미) 듣기는 했거든요. 하하. 영광스러운 표현인 것 같아요."

-'배우 이광수'를 아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어요.
"제 영화 시사회 뒤풀이 자리나, 아니면 타 영화 자리에서도 관계자 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하세요. 그래서 '와, 난 진짜 인복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저와 아주 많이 가깝지 않은 분들도 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죠."

-영화로는 첫 '연기상' 수상이죠. 배우 이광수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솔직히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커요. 제가 상을 받고 뭔가 '포인트가 됐다' 그런건 좀 다른 이야기인 것 같고. '함께 축하해 주시고 좋아해 주신 만큼 또 좋은 상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연기 보여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크게 하게 됐어요."

〉〉취중토크②에서 계속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이광수가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 사진=박세완 기자

조연경·박정선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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