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선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강화한 곳도 있고, 더 강화하려는 곳도 있죠. 이른바 'K-방역'이라는 표현과 함께 세계 이목이 모처럼 한국을 향한 가운데 우리의 '그린 뉴딜'에도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그린 뉴딜을 놓고 벌써부터 많은 전망과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주요 외신들이 바라본 한국의 그린 뉴딜을 살펴볼텐데요, 여기서 나오는 우려들만 취합하더라도 우리가 보다 '나은 길'로 나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이터 "한국의 야심찬 기후변화 계획, '그린 뉴딜'의 1순위는 일자리" (자료: 로이터 홈페이지) 화석연료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정부. 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 정책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낮추는 것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자리를 지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로이터가 이 기사의 첫 문장으로 시민활동가의 발언을 인용하며 한 말입니다.
여당이 야심차게 내세운 그린 뉴딜 정책엔 '2050년 탄소배출 넷 제로' 목표나 '해외 석탄투자 중단', '탄소세 도입' 등이 담겼지만 정작 문 대통령의 그린 뉴딜 발언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거죠.
로이터는 "가장 최신 자료인 2017년 자료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은 나라"라며 "석탄화력발전은 한국 전력 공급의 기반으로 전체 에너지 믹스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경우 6%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두산중공업 등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업들에 보조금이나 구제금융 지원 등을 이어갔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멜리사 브라운 아시아 에너지 정책 연구 국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아시아 선진국의 유권자들은 이제 환경정책의 성과와 정부의 역량을 동일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유권자들이 점차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동감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로이터는 유권자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에 정부가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했습니다. 정부가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그린 뉴딜의 방향이 제시될 7월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더 디플로매트 "한국의 그린 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전에 온실가스 감축이 포함되다" (자료: 디플로매트 홈페이지)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디플로매트도 청와대 발 그린 뉴딜 발표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지만 "정부가 내놓은 그린 뉴딜로 이런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 주목한 겁니다.
디플로매트는 "그린 뉴딜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더 큰 개념의 '한국판 뉴딜' 패키지의 일환"이라며 "한국이 '그린 이니셔티브'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부양책으로 나왔던 일을 언급한 겁니다.
당시 '녹색 성장'의 명과 암에 대해서도 다뤘습니다.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를 한국에 세우고, UN을 설득해 송도에 녹색기후기금을 설립했다"면서도 "하지만 계속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만 갔고, 결국 총 배출량으론 세계 7위, 인구당 배출량으론 5위에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최근엔 파리협정에서 한국이 약속한 감축량은 국제사회의 '공정한 부담'의 원칙을 만족시키지 못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감축량은 현재의 34%가 아닌 74%로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육성, 친환경차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됐거나 계획중에 있지만 결국 석탄과의 인연을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 디플로매트의 평가이자 전망입니다.
#가디언 "그린 뉴딜이 한국을 기후악당에서 모범사례로 바꿀 수 있을까" (자료; 가디언 홈페이지) 영국 가디언은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그린 뉴딜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경기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며 "한국이 전 세계로부터 코로나 방역에 대한 칭찬을 받았지만 무역 침체로 산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많은 정재계 리더들은 한국형 뉴딜이 디지털 분야에 집중되길 원했지만 시민사회는 지속적으로 그린 뉴딜을 요청해왔다는 것, 가디언이 바라본 한국 그린 뉴딜의 배경입니다.
가디언은 "문 대통령으로선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국제사회에 한국이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녹색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꺼냈지만 그 결과 4대강 사업과 자전거도로 확충으로 건설사들만 콘크리트를 부어댔고, 정작 지금의 한국은 석탄화력과 같은 '낮은 수준(low-grade)'의 전력 공급에 기대고 있다고도 꼬집었습니다. 이런 역사를 봤을 때엔 회의주의적일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죠.
인터뷰에 나선 이 의원은 "한국 사회의 저탄소화를 원한다"며 "이는 내 개인적인 미션이기도 하고, 정치에 뛰어든 이유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은 탄소 배출 저감에서 시작한다"며 "2050년 넷 제로 목표와 조기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포부도 덧붙였습니다.
가디언은 오랜 기간 재생에너지를 다룬 국내 한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그린 뉴딜의 희망도 전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의 한병화 연구원은 그린 뉴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며 "정부도 그린 뉴딜에 매우 의지가 클뿐더러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여당과 함께 문 대통령이 정책을 펼치는 데에 거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가디언의 기사에서도 과거와 현재의 한국은 '기후 악당'이라는 표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NRDC "한국의 그린 뉴딜은 오염물질 내뿜는 바이오매스를 지원해선 안 된다" (자료: NRDC 홈페이지)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도 한국의 그린 뉴딜 정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NRDC 역시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내뿜는 나라"라며 "만약 정부가 정말 진지하게 탄소저감을 생각한다면, 바이오매스 발전에 대한 지원을 끊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매체들이 석탄발전에 집중할 때, 전문 기관인 NRDC는 한 걸음 더 들어갔습니다. 탈석탄은 당연한 것이고,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골라서' 투자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료: 한국에너지공단) 바이오매스는 무엇일까요. "살아있는 생물체로부터 생겨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농작물에서 기름을 추출해 액체 연료를 뽑아내거나 가축의 배설물 또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가스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입니다. 나무를 땔감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바이오매스로 분류됩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대부분은 이 바이오매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될까 정확히 따져보기 위해 한국전력의 가장 최신 통계인 4월 전력통계속보를 살펴봤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국내 발전량은 총 4만 2329GWh입니다. 이중 재생에너지는 3546GWh로 전체 8.4%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재생에너지 발전량 가운데 태양에너지(1809GWh)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바로 528GWh의 바이오에너지였습니다.
NRDC는 이를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내놓고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꼬집었습니다. 연간 발전량을 놓고 봤을 때, 바이오매스 중 '숲 바이오매스(Forest Biomass)', 즉 나무 팰릿이나 칩 등 '땔감'에 의한 발전량이 2012년에서 2018년 사이 61배나 증가했다는 겁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중에서도 특히나 나무 땔감을 이용한 발전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료: NRDC 홈페이지) 실제 위의 그래프만 보더라도,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NRDC는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것은 도리어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를 더 내뿜는다"며 "한국의 숲 생태를 악화시킬뿐더러 건강한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막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오매스 가운데 나무의 경우, '올바른' 재생에너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린 뉴딜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있을텐데, 자칫 건강한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나무 땔감으로 관심이 쏠리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담긴 글입니다.
나무 팰릿 수입량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료: NRDC 홈페이지) 사실, 그저 노파심으로 치부하기엔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산 속, 숲 속에 부러진 나무들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라는 탈을 쓰고 해외에서 엄청난 양의 나무 팰릿을 들여오고 있는 겁니다. 실제 나무 팰릿 수입량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유가가 떨어진 2015년을 제외하곤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나무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 시장을 교란시키고 숲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것이 NRDC의 지적입니다.
추리고 추린 내용이 이렇습니다. 이밖에도 해외의 많은 '눈'이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K-방역의 사례처럼 K-그린 뉴딜의 성공을 위해선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