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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보호복 입어보니…'눈물·땀 범벅' 의료진 "곧 쓰러질 듯"|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05-30 19:35 수정 2020-10-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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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이들 등교가 시작되고 이태원, 쿠팡 이런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선별진료소는 요즘 또 붐비고 있습니다. 땡볕에 보호복을 입고 의료진은 다시 뛰어야 하는 겁니다. 저도 의료진 취재를 위해 보호복을 입었는데요.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을 못 쉬어 머리가 아픈 건 당연하고요. 몇 시간 만에 얼굴 그리고 손까지 퉁퉁 부었습니다. 이제는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의료진은 버티기 힘들다며 우리에게 부탁 하나를 했는데요.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반팔을 입고 출근한 건 한겨울부터였습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2월부터 너무 더워가지고 반팔 입고…]

보호복과 마스크는 기본.

고글, 덧신에, 장갑은 두 개나 낍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속옷까지 다 젖거든요.]

[정경화/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5분만 있으면 땀복이 돼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시원하게 입을 수 있을까, 그 생각만…]

저희 취재진도 안전을 위해 의료진과 같이 보호복을 입고 취재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오전 9시밖에 안 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으러 선별진료소를 찾았습니다.

이어지는 집단감염에 개학까지 맞물리면서 줄을 세워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입니다.

[신경훈/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학생이세요? (네.) PC방이나 노래방, 독서실 간 적 있으면 체크해 주시고요.]

어린 학생들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더 꼼꼼히 살핍니다.

[강동구 소재 고등학교 학생 : 좀 걱정되긴 해요. 저희 학교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몇 도죠? (37.1이요.)]

[학생은 지금 어지러워요? (네.)]

놀라진 않을까 검사 방법도 친절히 설명하고, 바로 집으로 가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마석영/강동구보건소 임상병리사 : (면봉을) 입에 한 번, 코에 한 번 넣었다 뺄 거예요. 기침 나올 수 있는데 검사 도중에 조금 참아주셔야 해요.]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친구 만나면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밀려오는 검사를 하다 보니 어느덧 텐트 안 공기가 뜨거워집니다.

이곳 텐트 안 온도는 28도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날씨지만 여기서 한 시간만 검사를 하고 있어도 보호복 안으로 땀이 줄줄 흐릅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25도만 넘어가면 찜통, 비닐하우스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신경훈/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태어나서 군대 화생방 훈련 다음으로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땀이 쏟아지며 탈수 증상이 오지만, 목을 축일 수는 없습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목말라요. 아이스커피가 너무 먹고 싶은데 못 먹죠.]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신경훈/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방호복 입은 상태에서는 화장실 가면 안 되거든요. (그러면) 이걸 또 버려야 하거든요. 국민 세금이잖아요. 아예 화장실을 안 가기 위해서 물도 안 마시고, 아침도 안 먹고 오거든요.]

어린 아이들을 보면,

[마석영/강동구보건소 임상병리사 : 안 아프게 할게, 안 아파. 금방 끝날 거야.]

집에 있는 자식 생각에 울컥합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애가 초등학교 3학년 애를 밥을 차려주고 있거든요. 근데 그 생활이 지금 몇 달 되니까 그게 힘들죠.]

하지만 이 텐트 안에선 울 시간도 없습니다.

땀과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훔치지도 못한 채 지쳐갑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날도 더워지는데, 5월이면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게 안 끝나니까…]

저도 의료진처럼 이렇게 보호복을 입고 취재를 해봤는데요.

불과 4시간 동안이었지만 벗어보면 이렇게 고글에도 땀이 맺힐 정도로 땀이 많이 흘렀고요.

고글 자국과 마스크 자국이 날 정도로 쉽지 않았습니다.

쉴 새 없던 의료진은 바지까지 흠뻑 젖었습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이제는 더위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땀띠가 나기 시작해서…]

이제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의료진들.

더워서 마스크를 벗고 싶어질 때면, 이 모습을 떠올려 주길 부탁합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마스크를 안 끼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좀 덥더라도 서로서로가 조심할 때잖아요. 한 일주일만이라도 잘 참아주셨으면 좋겠어요. 6월만 돼도 아마 쓰러지는 분들 많을 걸요. 지금 5월인데도 땀 흘리고 이렇게 있는데, 번아웃 시간문제죠. 빨리 여름이 되기 전에 좀 잠잠해졌으면…]

(영상그래픽 : 한영주 / PD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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