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희는 최씨와 같은 경비원들 목소리를 더 들어봤습니다. 최씨 사건에 울분을 터뜨리면서도 직접 목소리를 내면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69살의 아파트 경비원 김민준 씨는 지난 설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경비원이 된 지 벌써 13년.
처음엔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을까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김민준/경비원 : 나이도 먹고해서 이제는 들어가야 되겠다. 돈이 적든 많든 고정적인 월급이니까…]
하지만 가족의 얼굴은 못 보는 일이 더 많습니다.
격일로 근무인데 아침 6시부터 다음 날 6시까지 아파트 초소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시간 근무에 입주민들의 갑질은 일상입니다.
하지 않아도 될 주차 관리부터 청소, 택배, 배달업무까지 해야 합니다.
술에 취한 주민들을 데려다주고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 일까지 맡습니다.
[강모 씨/경비원 : 내 소관이 아니라고 했더니. 이거 당장 조치취해서 자기한테 보고하라는거야. 도대체 어디세요 했더니, 105동 주민이라는거야.]
휴게 시간은 무급이지만 졸거나 자리를 비우면 주민 신고를 받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주민들이 보이지 않는 지하실 바닥에서 새우잠을 잡니다.
[서모 씨/경비원 : 주민들이 전기장판이나 침대 매트리스 같은 폐기물 내놓은 거를 가져다가 깔아서 써요. 생각하면 비참해지니까 생각 안하고].
하지만 노후에 얻은 일자리가 사라질까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일을 하다가 아프거나 다치게 되면 고령 때문이라며 해고 대상이 됩니다.
매달 새로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모 씨/경비원 : 당신은 그만 두라 하면 그만이야. (초소) 문을 잠궈버렸더라고. 아무 소용없는거야. 그래서 집으로 왔어.]
전문가들은 '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쉬운 경비원들의 처우를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민준/경비원 : 우리가 바라는 건 없어요. 주민들의 말 한마디. '아저씨 고생하신다'. 그러면 우리도 주민들한테 '고맙습니다' 하고…]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