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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와 이웃, 혹은 나일지 모를 '임계장 이야기'

입력 2020-05-07 21:32 수정 2020-05-0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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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전해 드린 대로, 그동안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수많은 '고다자'들의 얘기가 고령 노동자가 쓴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강나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조정진/63세 : 임계장, 임계장 그러는 거예요. 조씨니까, 저는 임가가 아니라고 몇 차례 이야기했죠.]

38년 공기업 생활을 마치고 시급 노동자가 되자마자 새 이름부터 얻었습니다. 

[조정진/63세 :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다' 그런 뜻으로.]

'임계장', 그 세 글자 뒤엔 열심히 일해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이 숨어 있었습니다. 

[조정진/63세 : (버스) 트렁크에 머리를 부딪쳐서 다쳤는데 그 다음날 나오지 말라고해요. 대신할 사람이 없다.]

석면이 날리는 지하실에서 허겁지겁 밥 먹고 쪽잠을 견뎠고, 각종 오물에 쉼 없이 닿은 몸은 피부부터 점점 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게 노인의 노동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조정진/63세 : '방한복을 하나 주십시오' 그랬더니 '노인도 추위를 탑니까' 너무 당연하게 물어보니까 저도 '어? 추위를 안 타는데 나만 타는가?']

미세먼지가 심해 마스크를 달라고 해도, 

[조정진/63세 : 다 늙은 경비가 얼마나 오래 살려고.]

하루하루 쌓여가는 울분과 설움을 털어놓은 수첩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됐습니다.

은퇴 후엔 안락한 휴식만이 기다릴 거라 속삭였던, 미디어의 행복한 눈속임과 달리 생계를 위해 노동을 이어가야 하는 고령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봐 달라는 외침이 담겨 있습니다. 

경비원·주차관리원·청소부·배차원 다섯 군데서 5년째 시급 노동자로 일한 세월 동안 웬만한 일엔 덤덤해졌지만, 조금만 아파도 '노환'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당할까 늘 걱정이라는 그는 '임계장'은 결국 나의 부모와 이웃, 혹은 먼 훗날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정진/63세 : 노동 자체는 가치가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노인의 노동의 가치를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그 편견이죠.]

(화면제공 : 후마니타스)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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