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화 '기생충'은 도시의 두 얼굴을 공간으로 절묘하게 담아냈단 평가를 받습니다. 영화를 찍었던 촬영지가 그래서 종일 화제였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 영화 '기생충' >
"네가 나 대신 과외 선생님 좀 해줘라 , 영어"
"그게 뭔 소리야"
"부잣집 과외야, 돈도 많이 줘"
복잡한 전선과 낡은 건물, 또 낮은 담벼락 친구의 제안이 이뤄졌던 이 슈퍼는 서울의 한 재개발 예정지에 있습니다.
서민의 애환이 담긴 이 동네가 기택 가족의 생활 공간입니다.
반면 박 사장 집으로 가는 길은 대조적입니다.
양옆의 담벼락은 높고, 집은 성처럼 견고합니다.
박 사장의 집으로 가기 위해선 이렇게 가파른 골목을 올라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높은 담벼락 때문에 골목에 서 있는 사람이 아주 작아 보입니다.
박 사장네 집에서 도망쳐 나온 가족들은 이 계단을 거쳐 갑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면, 높고 긴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 가야만 합니다.
끝없는 계단은 가족들을 다시 허름한 동네로 이끕니다.
어디로 밀려날지 모르는 재개발 구역.
불안함의 공간으로 가족들은 다시 돌아옵니다.
기택의 가족이 계층과 계층 사이를 오가는 이 장면들은 모두 실존하는 공간입니다.
반면, 이들이 사는 반지하 집은 특수 촬영을 위해 만든 세트입니다.
영화 '기생충'은 하나의 도시가 가진 두 얼굴을 공간으로 포착해 담아냈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