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하철이 밤 늦게까지 운행하면서 시민들은 편해졌지만 역무원들의 고충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역무원을 상대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살펴봤습니다. 자는데 왜 깨우냐며 때리거나 막차가 끝났으니 택시비를 달라고 우기는 승객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옆에서 도와 줄 동료가 없는 역도 많다는 점입니다.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 열차는 우리 역까지만 운행하는 당역 종착 열차입니다.]
지하철이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 역무원들의 발걸음은 더 바빠집니다.
[역무원 : 신림 사신다고요? 신림 이쪽으로 가셔야 해요.
[역무원 : 손님, 종착열차예요. 내리셔야 해요.]
이런 과정에서 폭력을 쓰는 승객도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역 근무자들이 폭언과 폭행을 당한 건수는 총 544건.
자던 중에 왜 깨웠냐며 때리거나 교통카드가 안 찍히자 우산으로 배를 찌른 승객도 있습니다.
[어!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평일이라 접이식이 아닌 자전거는 실을 수 없다고 하자 냅다 집어던집니다.
승강장에서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는 승객도 많습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제지하는 역무원을 계속 때리지만 도와줄 동료가 없어 속수무책입니다.
서울 지하철 268개 역사 중 116곳은 저녁 6시 이후나 주말에는 2명만 근무합니다.
이 중 47개 역은 야간 전담 사회복무요원도 없습니다.
취한 승객이 많은 시간대, 2명만 근무하는 역에서는 1명이 관제업무를 하고, 남은 1명이 혼자 고객 응대를 해야 합니다.
[교대근무자 2명 역사 역무원 :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으면 다른 공간에 있는 직원들은 그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거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상황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항상 부담입니다.
[황우진/서울교통공사 노조 광화문역무지회장 : 트라우마가 심한 분들은 술 취한 사람이나 욕하는 사람들이 다가오기만 해도 벌써 가슴이 뛰고…]
[이용호/무소속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 : 역사별 역무 인원을 하루빨리 증원해서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내놓은 협상안에는 이같은 역사별 인력문제는 빠져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권 / 영상디자인 :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