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올림픽 위협하는 '방사능 잔재'…야구장 주변은 '기준치 2배'[앵커]
저희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현지의 방사능 실태를 검증해서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올림픽이 열릴 후쿠시마의 경기장과 성화 봉송로를 점검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예상대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성화봉송로에서는 기준치의 무려 25배나 되는 방사능 수치가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먼저 올림픽 남자야구 경기가 열리기로 돼 있는 후쿠시마 아즈마 경기장입니다. 경기장 주변의 방사능 수치를 저희가 직접 측정해봤더니 일부 지점에서 기준치 2배가 넘는 농도가 나왔습니다. 경기장 바로 옆에는 아직도 방사능 오염토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지에서 윤샘이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후쿠시마역에서 차로 20분을 달리자 산으로 둘러싸인 경기장이 나옵니다.
올림픽 경기가 열릴 예정인 아즈마 야구장입니다.
폭발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67km 떨어져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린다는 홍보문구가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방사능 위험은 없는지 취재진이 직접 경기장 주변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봤습니다.
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는 아즈마 구장 바로 앞 공원에서 지금도 기준치의 두 배가 훌쩍 넘는 방사능 수치가 검출되고 있습니다.
야구장 출입문과 불과 30m 떨어진 곳에서 나온 수치는 0.5 마이크로시버트.
안전 기준치인 0.23 마이크로시버트의 2배가 넘습니다.
경기장 주변을 둘러싼 산과, 바로 옆 아라카와 강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후세 사치히코/후쿠시마 공동진료소 원장 : 산이나 강까지 제염된 건 아니거든요. 사실 그런 곳에 (방사성 물질이) 많이 남아 있어요. 분진이나 모래랑 딱 붙어서 날아오면 또 피폭당하는 거거든요.]
내년 이곳을 찾을 선수들과 관중을 위협하는 것은 또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아즈마 구장 내부에 들어와봤습니다.
야구 경기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250m 떨어진 곳에 이처럼 방사능 오염토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한 때는 축구장을 가득 메웠던 오염토들.
최근 일본 정부가 올림픽 마케팅에 나서면서 이 곳에 있던 오염토들을 주변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며 경기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사능 우려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루트도…방사능 기준치 '25배'[앵커]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또 다른 올림픽 행사 중에 하나가 바로 성화 봉송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공개한 성화봉송 경로를 따라가면서 방사능 수치를 재봤습니다. 곳곳에서 방사능 안전 기준치를 넘겼는데, 최대 25배가 넘는 곳도 있었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성화봉송에 참가할 시민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외국인까지,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성황 봉송에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합니다.
실제 성화봉송 경로는 후쿠시마 곳곳을 3일간 누비도록 구성됐습니다.
시작은 한 때 원전 폭발사고 대책본부로 쓰였던 축구훈련센터 J빌리지.
이후 해안가를 따라 남쪽 이와키까지 달립니다.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을 거쳐 다시 해안가로 나오도록 돼있습니다.
성화 봉송 첫날 지나게 되는 오쿠마 마을을 찾아가봤습니다.
해안가와 가까운 이곳은 2011년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곳입니다.
집과 가게는 텅 비었고 곳곳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지금도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가 제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 가까워지자 측정기 수치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좀더 깊숙이 들어서자 기준치 25배가 넘는 5.9마이크로시버트까지 치솟습니다.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X선으로 찍으면 약 100번 정도에 해당하는 건데요. 어린이들의 경우 (20년 뒤) 백혈병, 위장암에 걸릴 확률이 100배, 1000배 오를 수 있죠.]
오쿠마를 지나, 성화 봉송 첫째날이 끝나는 미나미소마입니다.
곳곳에서는 오염토 봉지들이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둘째날 성화봉송이 지나게 될 가와마타 마을은 지역 대부분이 산 속에 뒤덮여 있습니다.
이 마을을 지나는 114번 국도를 따라 달려보니 수치가 기준치 10배가 넘는 2.7마이크로시버트까지 올라갑니다.
이 도로에는 지금도 방사능 오염토를 싣고 옮기는 덤프트럭이 하루에 수십대가 오갑니다.
[시마 아케미/후쿠시마 주민 : 마치 없던 일이 돼 버리는 걸까요? 원전 사고도 오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루트였어요. 거길 달린다는 게 저는 좀 믿기지 않았어요.]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성화 봉송 경로가 바뀔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을 내세운 올림픽 마케팅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화면제공 : 도쿄올림픽 조직위)
■ "친환경" 홍보해온 도쿄 주경기장에도…'후쿠시마 나무' [앵커]
일본이 '숲의 경기장'이라고 홍보해온 올림픽 주경기장은 나무를 주재료로 해서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후쿠시마산 목재가 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미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난 나무들입니다.
황예린 기자입니다.
[기자]
도쿄 신주쿠에 지어지고 있는 올림픽 주경기장입니다.
일본은 나무를 주재료로 삼은 친환경 '숲의 경기장'이라고 홍보해왔습니다.
지난달 아사히 신문도 같은 취지로 보도했는데, 후쿠시마산 목재가 쓰였다는 내용이 간략히 소개됐습니다.
주경기장 입구 세곳 중 두 곳인 북문과 동문에 후쿠시마산 나무를 썼다는 것입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열린 간담회 회의록을 찾아봤습니다.
같은 내용이 확인됩니다.
지진 재해 부흥 기원으로 피해 지역의 목재를 사용한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방사능 우려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고 재난지역의 부흥을 돕는다는 설명만 늘어놓습니다.
후쿠시마의 70%가 산림인데, 산림지역은 오염토 제거가 어려워, 나무들이 방사능 오염에 방치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최경숙/시민방사능감시센터 간사 : (후쿠시마의) 솔방울에서 6000베크렐, 이끼에서도 몇천 베크렐씩 검출되고 있어요. 당연히 목재에서도 검출된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목재의) 정보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목재 안전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일본 조직위 측에 문의를 했지만, 조직위 측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촬영기자 : 변경태·정상원 / 영상디자인 : 이정회·정수임)
(인턴기자 : 권진영 / 작가 : 유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