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같았던 사건, '권력형 비리'로
'활동 재연장' 과거사위에 꾸준한 관심을
"뉴스에도 '19금' 이런 등급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한민용 앵커와 임지수 기자가 지난 15일 '소셜라이브 프라이데이(소프라)'에서 2013년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를 떠올리며 한 말입니다. 김필규 앵커 역시 "한국 영화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라는 말이 나왔다"며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실제 당시 공개된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속옷 차림의 한 남성이 여성을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다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었습니다. 영상 속 남성으로 지목된 사람은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 영상이 찍힌 장소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으로 드러났습니다. 윤씨가 이 별장에서 술자리를 열어 김 전 차관 등 권력층에게 몇 년에 걸쳐 성접대를 한 의혹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언론이 일제히 관련 의혹을 보도하자 김학의 전 차관은 임명 6일 만에 낙마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검찰은 2013년 이후 두 차례 수사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김 전 차관에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첫 번째 수사 때는 "동영상에 나오는 피해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한 피해자가 용기를 내 나서며 두 번째 수사가 시작됐지만 "동영상이 흐릿해 영상의 피해 여성이 당신인지 모르겠다"며 묵살했습니다. 그리고 초지일관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김 전 차관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법률사무소를 차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묻히는 듯했던 '별장 성접대 의혹'은 2017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여기에 언론까지 다시 관심을 보이면서 마치 고구마 줄기를 캐듯 새로운 사실이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상 속 피해자의 처절한 육성이 세상 밖으로 나왔고, 수사 축소 배경으로 지목됐던 권력층의 실체도 하나씩 밝혀지는 중입니다. 여기에 힘입어 재연장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검찰 과거사위 활동 기한이 다시 연장됐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이 직접 나서 엄정 수사 의지를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더 이상 이 사건은 단순한 '별장 성접대 의혹'이 아닌 '권력형 비리'이기 때문입니다. 별장 성접대 의혹에 직접 연루된 사람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수사를 흐지부지하는 데 관여한 권력층 모두를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사위에 대한 지치지 않는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희 JTBC도 계속 꾸준한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 영상에서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계속해서 추적한 임지수 기자의 윤중천 씨 취재기와 이 의혹이 처음 밝혀진 뜻밖의 계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작 : 이상훈 김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