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법 농단 재판에서 그림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라는 작품입니다. 임종헌 전 법원 행정처 차장은 자신의 첫 재판에서 이 그림을 언급하면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공다솜 기자입니다.
[기자]
손이 뒤로 묶인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물고 있습니다.
로마에 저항한 독립 투사가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이자 딸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젖을 주는 장면입니다.
루벤스가 그린 이 그림의 제목은 '시몬과 페로'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자신의 첫 재판에서 이 그림을 언급하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해당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포르노' 또는 '성화'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임 전 차장은 "보이는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만든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와 같은 허상에 매몰되지 말고 충실히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부탁했습니다.
다시 말해 검찰의 수사 내용에 양면성이 있고, 혐의 역시 만들어진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재판에 관여한 혐의도 모두 부인했습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포르노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임 전 차장이야말로 정당한 수사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임 전 차장이 특정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등 재판에 관여했다"며 증인들을 통해 혐의를 밝혀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