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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 "균형발전 위한 일" vs "혈세 낭비"…정부·NGO 대립

입력 2019-01-29 11:10 수정 2019-01-29 16:22

홍남기 "격차 더 커지기 전에 균형발전…세금 낭비 안되게 노력"
시민단체 "예타 통과 못한 사업은 불량 사업…면제 결정자 책임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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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격차 더 커지기 전에 균형발전…세금 낭비 안되게 노력"
시민단체 "예타 통과 못한 사업은 불량 사업…면제 결정자 책임 묻겠다"

[예타면제] "균형발전 위한 일" vs "혈세 낭비"…정부·NGO 대립

총사업비 24조원에 달하는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한 결정을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예타를 면제함으로써 수도권에 비해 낙후된 지역의 정책 사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예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인구·수요가 적은 지방 사업의 경우 예타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으니 허들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나 시민단체는 세금 낭비를 막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도입한 원칙을 정부가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정부 "지역 격차 심각…예타 면제로 균형발전 도모"

정부는 29일 예타 면제 대상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 등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성장 격차가 커졌고 연구개발(R&D) 투자도 수도권에 편중되는 등 지역의 성장 동력과 혁신 역량 제고가 지연되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특히 인구가 많지 않고 공공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타당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공공 인프라 구축 지연, 젊은 층 인구 유출 등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서 결국 예타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오기 전에 반드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며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고, 이와 같은 사업 추진으로 경제 활력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날 예타 면제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예타 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 경제성보다는 균형발전에 배점을 많이 하도록 기준을 바꿨음에도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예타 면제가 "원활하게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24일 대전지역 경제인 오찬)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NGO·전문가 "선거 앞두고 타당성 부족한 사업 추진…혈세 낭비"

시민단체나 전문가는 정부 결정이 혈세가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에서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예타 도입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9일 "경제성이나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경기부양만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경우, 4대강이나 경인운하(아라뱃길)와 같이 국민 혈세 낭비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타 면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논평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지자체들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해 추진하지 못했던 토건 SOC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려할 부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와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에서, 묻지마식 토건 재정 확대로 경기부양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수년 뒤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토목·건설 사업을 늘리기보다는 복지재정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녹색교통운동은 "예타제도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의 항목으로 평가한다.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던 일부 사업들은 경제성만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도 타당성이 부족한 불량사업들"이라며 "예타 면제사업 결정자들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비타당성조사는 개별 공공사업이 국익에 들어맞는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그 안전장치 빗장을 손쉽게 제거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구조적 결함을 정부 스스로 초래하는 일과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선거 등을 앞두고 정권을 잡고 있는 측이 재정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예타가 도입됐다. 지금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평가 항목 중 하나인 경제성 분석이 수입과 비용을 따지는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지역 주민이나 국가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서 비용이 편익보다 큰 사업의 경우 결국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타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사업이라도 정치인은 이를 추진할 수 있고 그에 대해 대해서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며 "그런데 예타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참고 자료도 보지 않고 정책을 정하는 것이며 정치적 책임조차 묻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거나 기준 금액을 높여서 예타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지만 예타 자체를 면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일련의 비판과 관련해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적 절차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르다"며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보다 촘촘하게 수행하고 사업추진과정 상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서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도입 취지, 정신, 원칙, 기준을 존중하고 이 제도의 틀을 앞으로도 유지·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그간 파악된 미비점을 보완하도록 올해 상반기 중에 예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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