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서해를 지나는 국제항공로 개설을 제안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검토하기로 해 남북 간 새 하늘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남북은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 항공 실무회의를 열고 새 항로 개설과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국토교통부는 회의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금번 회의 시 북측은 남북 간 동·서해 국제항로 연결을 제안했고, 우리 측은 추후 항공당국 간 회담을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동·서해 항로 노선까지 그려 남측에 제시했다.
남측 대표로 참석한 손명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오늘은 동·서해 항로 개설 문제에 대해서만 논의했다"며 "북측의 제안에 대해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실장은 "남북 간 항로 개설이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문제가 없다면 추진하겠지만, 문제가 된다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이날 동·서해 항로 개설 제안은 국제항공로를 더 만들자는 것이다.
항로가 개설되면 남북의 비행기뿐 아니라 전 세계 비행기가 이 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
항로 개설은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항기구(ICAO) 허가가 있어야 한다.
두 나라가 항로 개설에 합의하고 이 사실을 ICAO에 알리면, ICAO는 해당 항로 인접 국가 의견을 수렴해 이견이 없는 경우 정식 항로로 등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새 항로를 개설하는 데는 통상 1년 안팎이 걸린다.
항로 개설 자체가 국제사회가 진행하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로 개설 이후 북한 영공을 통과할 때 지불해야 하는 요금을 두고는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
과거 북한 영공 통과료는 1회당 80만원 수준이었다. 새 항로 개설로 작지 않은 규모의 통과료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남북 간에는 이미 동해안을 지나는 'B467' 국제항공로가 개설돼 있다. 하지만, 이 하늘길은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응으로 그해 시행한 '5·24 조치' 이후 끊겼다.
B467 항로는 국내 항공사들이 인천에서 미주로 여객기를 보낼 때 사용했던 항로다. 2010년 이후 이 하늘길이 막히면서 비행기들은 일본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이 커지고, 승객들도 1시간 가깝게 비행시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남북이 이날 회의가 남북 항공당국 간 최초의 회의로서 의미가 있음을 공감했다면서 항공분야 전반에 대한 협력 문제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북측이 먼저 제의해 추진된 것으로, 우리 측은 손 실장 등 5명, 북측은 리영선 민용항공총국 부총국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손 실장은 "오늘 회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면서 "다음 회의를 언제 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