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소기업은 더 심각합니다. 빈 자리를 메울 인력이 없어서 휴직을 내기가 힘들고, 그래도 가려면 아예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자 '임신이 벼슬이냐' 이런 말까지 나오는 현장도 있다고 하는군요.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구모 씨는 지난 3월 서울의 한 여행사에 취직했습니다.
직원 8명인 회사에서 상사와의 갈등이 시작된 건 임신 사실을 알리면서였습니다.
[구모 씨/임신부 : 점심시간 때나 일할 때나 저를 향한 말을 쏟아내시는 거죠. 임신이 벼슬이냐. 세상 되게 좋아졌네 이런 식으로…]
구 씨가 임신 12주 이후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자, 갈등은 더 커졌습니다.
[직장 상사 녹취 : 여기는 자선사업하는 데가 아니야. 1인 회사 만들지 그래? 어? 나는 끝까지 반대할 거야 너에 대해서. 여기는 육아휴직 안 줄 거야 못 줘.]
회사 측은 "구 씨가 평소 지각이 잦는 등 근태가 불량했다"면서 "해당 녹취 내용도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할 수 있는 훈계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중소기업 육아휴직자 가운데 회사 복귀 후 1년 이상 다니는 비율은 10명 중 7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20% 이상 낮습니다.
복귀 후 버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예 휴직을 쓰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많습니다.
지난 17년 동안 201만 기업에서 육아휴직 수당 신청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출산휴가가 '0'인 곳도 196만 곳에 달했습니다.
[구모 씨/임신부 : 제 뱃속에 있는 애가 딸이거든요? 제 딸은 이런 일 안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지원·배장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