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년 전 한 해외 사이트에서 국내 CCTV 수백개가 생중계된다는 사실, 저희 JTBC가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나서서 사이트 차단 등 조치를 취했었는데요. 지금은 어떨지, 저희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지금도 어렵지 않게 사이트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이 사이트를 '몰카'처럼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최하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의 주택가입니다. 옆쪽에 식당이 하나 있는데요. 간판 아래 보안용 CCTV가 설치돼있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비추는 제 모습을 관리자만 보는 게 아닙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골목길과 대형 쇼핑몰 앞부터 수영장과 학원 등 건물 안까지 보입니다.
전국 수 백개 CCTV가 지금도 불특정 다수의 일상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외에 서버를 둔 이 사이트의 국내 접속을 2년 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온라인 커뮤니티엔 화면 속 인물의 외모나 신체를 언급하는 글이 올라옵니다.
우회 통로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이 많은 겁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현재 쓰고 있는 기술 자체는 너무 쉽게 우회할 수 있어서 문제가 있고요. 좀 더 강도 높은 방식을 정부가 취해야…]
관리자들은 화면이 생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A씨/카메라 관리자 : 당황스럽죠 몰랐으니까. 업체에 전화해야 해요, 경찰서에다 전화해야 해요?]
[B씨/카메라 관리자 : 아 그래요? (전혀 모르고 계셨어요?) 네,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 사이트도…]
해당 사이트의 공개 대상은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사용하는 IP카메라입니다.
IP카메라는 인터넷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하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으면 보안에 취약합니다.
하지만 초기 상태 그대로 쓰는 사용자가 많습니다.
[C씨/카메라 관리자 : (비밀번호 따로 설정하셨어요?) 설치한 사람이 알 텐데… 저희가 이런 데 문외한이에요. 솔직히 너무 몰라요.]
[CCTV 판매업자 : 기본적인 패스워드는 정해져 있어요. 0 여섯 개, 1 네 개 이런 식… 웬만하면 바꾸지 말라고 그래요. 잘 안 쓰니까 잘 잊어버리니까…]
실제 한 카메라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관리자 모드로 접속됩니다.
스피커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가 설치된 곳의 소리까지 들립니다.
영상 유출과 해킹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말 대책을 내놨습니다.
내년부턴 초기 비밀번호를 단말기마다 다르게 설정하거나 사용자가 바꿔야만 기기가 작동되도록 법도 개정했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IT 범죄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과 규제 수준도 끌어올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