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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40년 일군 과수원이 남의 땅이라니? 어긋난 '정부 지적도'

입력 2018-08-28 21:48 수정 2018-08-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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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땅인지를 표시한 문서를 '지적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적도에 그려진 땅의 위치가 실제와 맞지 않는 곳이 전국에 15%입니다. 40년 동안 일궈온 과수원을 갑자기 남의 땅이라고 통보 받는 일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국립공원 안으로 험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자 과수원이 나옵니다.

한 가족이 40년 전 땅을 산 뒤, 밤과 감나무 등을 길러온 과수원과 밭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국가가 자신의 땅이라면서 퇴거 통보와 함께 사용료를 청구하는 소송까지 냈습니다.

땅 주인은 자신의 땅을 그려놓은 정부 지적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일궈온 과수원에서 400여m 떨어진 엉뚱한 곳을 자신의 땅이라고 표시했다는 겁니다.

[김동해/밭 주인 아들 : 5남매를 이 밭에서 부모님께서 농사지어 우리들을 지금까지 성장시켰어요. 사실은 재산적인 가치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상에는 하천 옆에 밭이 있는데, 서류상의 장소는 전혀 다릅니다.

서류상으로 밭으로 되어 있는 곳에 와 봤습니다.

지도상에는 없던 하천이 중간에 흐르고 있고요.

이 도로를 지나서 저쪽부터 이 왼쪽에 산 60m까지가 밭이라는 겁니다.

돌산이 있어 예전은 물론 지금도 농사를 짓기는 어려운 땅입니다.

시에 항의를 했지만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입장입니다.

[김동해/밭 주인 아들 : 경제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지금 부담이 상당히 커요. 국민 세금으로 소송보다는 먼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땅의 위치와 경계를 정해놓은 지적도가 실제와 맞지 않는 경우는 이곳만이 아닙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주택단지입니다.

평범한 주택 화단에 빨간 깃발이 꽂혀 있습니다. 이 담장 건너편에서 진행하는 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건설사에서 꽂아둔 겁니다.

담 건너 아파트 재건축에 나선 건설사가 측량을 한 이후 이 곳이 경계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 집을 처음 지을 때 측량을 통해 경계를 표시한 말뚝입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1m가 더 넘는 곳에 새로 빨간 깃발이 꽂혀 있습니다.

빨간 깃발을 기준으로 구획이 결정될 경우 김 씨의 땅은 등기상의 땅보다 23㎡가 줄어듭니다.

[김모 씨/주택 주인 : '내가 왜 대한민국에서 왜 살고 있지' 라는 생각까지… 진짜 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서 좋아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가요.]

관련 서류와 자료를 모으던 김 씨는 경계선이 조금씩 바뀐 것을 발견했습니다.

1986년 이전 지도에는 없던 꺾인 선이 생기거나 꼭짓점의 위치가 변경된 겁니다.

시청에서 확인해 보니 해당 구역의 원본 지도가 낡아 경계를 확실히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도상의 0.1mm가 실제로는 12cm이다 보니 1mm만 잘못 그려도 실제 땅에서는 1.2m가 차이나게 됩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적도와 실제 위치가 맞지 않는 곳은 전국 땅의 15%가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적도 자체가 1912년 일제가 그려둔 자료를 바탕으로 해 정확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적도가 오래되다 보니 한 마을 전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부산 영도구의 한 마을입니다.

상당수 건물이 원래 기준에 맞지 않게 지어졌습니다.

실제 건물이 지어진 경계대로 땅 구역을 다시 설정하자, 곳곳에 표시들이 붙었습니다.

[정종표/한국국토정보공사 팀장 : 소유자들이 내 땅에 대한 경계가 좀 집착이 강해서 또는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계속 내 땅으로 알고 있는 부분을 이제 측량을 통해서 설명합니다.]

지적도 문제로 매년 발생하는 소송 비용은 3800억 원에 달합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2013년부터 재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직까지 소규모 지역이나 개인들은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한 곳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사람에게 갑자기 자신의 땅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슨 심정일까요.

자신의 재산권을 증명하는 서류만큼은 불신하게 만들지 않는 그런 정부가 돼야겠습니다.

(인턴기자 : 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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