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가 그의 형량을 징역 24년에서 25년으로 가중한 것은 뇌물 액수로 인정한 금액이 더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1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천800만원을 '제3자 뇌물'로 판단하고 이 부분을 유죄로 선고했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박 전 대통령에게 했는지가 핵심쟁점이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영재센터를 지원했지만, 승계와 관련한 청탁을 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영재센터 지원 행위를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2심은 전후 사정을 따져봤을 때 이 부회장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승계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천800만원이 대가성을 지닌 뇌물로 판단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욱 무거워졌다. 아울러 벌금액수 역시 1심 18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재판부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 측의 '승마 지원' 부분에서는 일부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뒤집고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지원한 말 3필(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의 가액인 34억1천797만원은 뇌물로 인정하되 말 보험료로 쓰인 2억4천146만원에 대해서는 "최순실씨에게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액수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1심에 비해 수수한 뇌물 가액이 약 14억원이 증가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징역형 및 벌금형의 형량을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2심이 선고된 최씨의 경우 '삼성 뇌물'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판단을 받으면서 뇌물수수액이 동일하게 14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씨에게는 1심의 징역 20년형을 유지하고 벌금만 18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렸다.
이는 최씨가 이화여대 학사비리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점을 2심 법원이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
형법 제37조와 제39조 등은 여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한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경우 나머지 재판에서는 모든 죄를 함께 재판했을 경우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형을 감경 혹은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판결이 확정된 위 업무방해죄 등이 이 사건과 함께 재판받았다면 선고될 형을 예상해 이번 사건의 형을 정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해 징역형의 형량은 유지하고 벌금형을 상향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