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풍이 왔을 땐 집 안에 있어야 더 안전하다고 하는데, 재개발 구역에 사는 주민들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바람 한 번에, 빗줄기 하나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서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옆으로 철제 구조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 공사장을 둘러싼 가림막입니다.
태풍을 앞두고 찢어지거나 날아갈까 봐 천막은 떼어냈지만, 철제 구조물은 그대로 서 있습니다.
[인근 주민 : 아니 전봇대도 뽑혀 나가는데…넘어지면 큰일 나는데 왜 저것 철거 안 하나 그러고 있어.]
건물을 부수고 남은 콘크리트와 유리 조각은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철거를 하다 만 건물도 유리창이 깨진 채 버려져 있습니다.
[인근 주민 : 유리창 부서진 게 바람 불면 밑으로 쏟아진다고. 안 깨진 유리도 쏟아지는데 깨진 유리는 더 쏟아지니까…]
아직 재개발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지역은 더 걱정입니다.
건물 대부분이 낡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벽에 금이 가있어서 제가 조금 만졌더니 벽 조각이 부서져 나올 정도입니다.
지붕도 보시면요, 이렇게 시멘트 조각들 사이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많이 낡아있습니다.
문제는 이 집들이 무너져내리면 경사가 져 있기 때문에 옆집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물이 워낙 낡아 비가 새서 천막을 둘러놨는데, 그 위에 벽돌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강풍이 불면 주변을 위협할 수 있는 물건들입니다.
도심재생사업을 하겠다며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에서는 노후 주택들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비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지붕 기왓장이 날릴까, 아니면 철문이 뜯어질까 걱정입니다.
[박순자/서울 충신동 : 뭐든지 홀랑홀랑 다 날아가잖아, 이 동네는. 힘들어, 우리 동네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동네가 서울에만 300곳이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