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풍 솔릭 소식은 잠시 후 자세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70년 동안 품었던 그리움을 채우기엔 2박 3일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이산가족 1차 상봉은 짙은 아쉬움 속에서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 날에 울지 말자"던 약속을 가족들은 끝내 지키지 못했습니다.
김소현 기자입니다.
[기자]
[김병오/남측 오빠 (88살 / 상봉 전날) : (여동생 얼굴은 기억나세요?) 기억 안 나요. 단발머리 때 헤어졌는데 기억이 안 나요.]
70년이 지나 이제 백발이 된 할머니지만 오빠 눈에는 그저 동생일 뿐입니다.
80대 동생은 오빠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김병오/남측 오빠 (88살 / 지난 21일) : 내일 눈물 흘리지 않는 걸로 약속하기. 잘 자고 내일 만나.]
마지막 날, 나란히 앉아 두 손을 꼭 잡은 남매는 결국 눈물을 터뜨립니다.
[김순옥/북측 동생 (81살) : 울지 말자 말이야.]
동생은 눈물을 쫓아보려 노래도 불러봅니다.
[김순옥/북측 동생 (81살) : 바라보는 여생 길에 행복 넘친 우리 세상…]
[안내방송 : 상봉을 마치겠습니다. 남측 상봉자들은 내려가셔서 차량에 탑승하시길 바랍니다.]
동생은 오빠 손을 놓지 못하고, 오빠는 동생의 눈을 바라보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깁니다.
버스 안과 밖은 2m도 안 되지만 남매는 이제 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동생은 힘껏 손을 저어서 오빠는 유리창을 두드리며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금강산에서 3일간의 상봉을 마치고 육로로 돌아왔습니다.
24일부터는 북측에서 찾은 남측 가족들이 금강산을 찾아 2차 상봉을 이어갑니다.
(영상취재 :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