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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언제 다시 만나나'…이산가족, 기약없는 이별에 '눈물'

입력 2018-08-22 18:44 수정 2018-08-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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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박 3일간의 상봉 일정을 마무리한 이산가족들이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했습니다. 상봉자 대부분이 여든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 만남일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 더했죠. 주제를 바꿔서요, 당정이 '고용 쇼크' 를 타개하기 위해서 근로장려금 확대를 포함한 소상공인, 또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오늘(22일) 발표했습니다. 국회 예결위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 투톱이죠,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나란히 출석했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는 앞서 언급한 2가지 소식을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함성찬/북측 동생 상봉 (93살 / 어제) : 나 얘 붙잡고 너무 울었어. 말이 막혀서 지금도 울먹여요. 진짜로, 진짜로 눈물이 나와. (평생 소원이셨어요?) 그럼, 얘 만나고 죽으면 원이 없다고 그랬어. 내가 90이 넘었거든, 그래서 얘도 평양에서 애들이 못 나오게 하는 거…몸이 건강이 안 좋아서. 못 나오게 하는 걸 나는 형님 한 번만 보고 죽어도 원이 없다고 뿌리치고 나온 거야. 얼마나 고마워. 얘한테…]

[함동찬/남측 형 상봉 (79살 / 어제) : 보고싶을 뿐이에요…왜 그러냐면 우리는 형님이 다 죽은 줄 알았어요. 내가 그거 때문에 찾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못하고 그랬는데 갑자기 형님 소식 들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김병오/북측 동생 상봉 (88살 / 어제) : 오늘도 잠 못 자지 말고 편하게 해야 돼. 내일 이제 헤어진다니까 내일 눈물 흘리지 않는 걸로 약속했어. 오늘 푹 잘 자고 내일 만나.]

68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허락된 시간은 하루도 아닌, 단 12시간. 마지막 일정인 작별상봉과 점심식사를 당초 예정된 2시간에서 1시간 더 늘렸는데도 그렇습니다. 만나자 이별해야 하는 아쉬움에, 어제 상봉장 여기저기에서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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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진을 남기는 가족들

[배순희/82살 (북측 자매 상봉, 어제) : 꿈인가 생신가 싶고요, 이렇게 만날 줄 꿈에도 몰랐죠.]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서로의 손을 더 꼭 잡게 됩니다.

[김희봉/53살 (남측 외삼촌 상봉, 어제) : (많은 이야기하셨어?) 네. (시간이 짧으셔? 좀 괜찮아?)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게…눈물밖에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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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진도 찍고,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 보따리도 주고 받았지만 못내 추억을 더 쌓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나온 최선옥 씨는 남쪽에서 온 작은 아버지 최기호 씨에게 작별의 눈물 대신, 웃으면서 노래 한 소절을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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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그리운 사람~~
나는 못 잊어~~~

[최선옥/56살 (남측 작은아버지 상봉, 어제) : 그다음에 또 뭐더라 생각이 안 나.]

[최기호/83살 (북측 조카 상봉, 어제) : 아는 노래를 해야지. 아는 노래를 해. (뭘 할까? 뭘 할까요?)]

[최선옥/56살 (남측 작은아버지 상봉, 어제) : 찔레꽃 할까요? 찔레꽃 할까요? 알아요? (찔레꽃은 알아. 해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최선옥/56살 (남측 작은아버지 상봉, 어제) : 노래 잘하면서도 안 하겠다고 말이야. 잘하면서 안 하겠다고 말이야. 또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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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들을 누가 70년간 떨어져 지낸 가족이라고 생각할까요. 노래 한 소절에 지난한 세월이 금세 무색해졌습니다. 푸른하늘 은하수, 고향의 봄까지…가족들을 이어준 노랫소리는 상봉 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계속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기어이 찾아온 작별상봉의 시간입니다. 아흔 아홉의 노모는 일흔을 넘긴 딸의 건강 걱정입니다. "찹쌀이 영양에 좋으니 잘 먹으라"는 한신자 할머니의 당부에, 두 딸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김혜자 할머니는 동생의 입에 연신 과자를 넣어주고, 조혜도 할머니는 언니를 힘껏 업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조혜도/북측 언니 상봉 (86살) : 내가 언니 한번 업어주고 싶어. 지금 업어서. 지금 업었다 내려놓으면 안 될까? 언니가 힘들면 안 하고…]

남측의 가족들은 모든 일정을 마친 오늘 오후 1시 30분, 귀환 버스에 올랐습니다. 언제다시 볼지 모르는 가족의 손을 한번 더 꼭 부여잡았습니다. 배웅에 나선 북측 가족이나, 떠나는 남측 가족이나 모두 새어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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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형님! 잘 가라요! 다시 만나자, 다시!
평양에서 만나자 평양에서, 평양에 또 와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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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의 가족들을 태운 버스는 조금 전 강원도 속초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렇게 버스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인데, 가족들은 왜 또다시 생이별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 2484명입니다. 이 가운데 7만 5000여명이 숨졌고, 5만 7000여 명이 상봉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만난다고 쳐도, 마지막 순번은 570번째 차례, 그러니까 57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산 가족 상봉의 상시 정례화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지난 20일) : 정기적인 상봉행사는 물론 전면적 생사확인, 화상 상봉, 상시 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 방안을 실행해야 합니다.]

남북 정상은 지난 4·27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습니다. 그 중에는 "민족의 화합을 위한 다양한 교류를 즉시 진행하겠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 경제 협력, 문화, 스포츠 교류, 어느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하루하루 늙어가는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함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정치적 문제, 대북제재의 틀을 넘어서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선순위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만나자 이별…이산가족, 눈물의 '작별 상봉'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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