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지은 씨의 심리상태가 일반적인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성폭력을 당한 후에도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계속 수행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컸다는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의 분석이 있습니다.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입니다.
지난 2월 안 전 지사는 대전에 있던 김지은 씨를 이 곳으로 불렀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 측은 "당시 거절의사를 보였지만, 안 전 지사는 '늦더라도 오라'고 재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오피스텔에서 고개를 숙인채 중얼거리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도 말했습니다.
재판부에 소견서를 제출한 전문가는 당시 김 씨의 상태가 극심한 불안이나 공포를 느낄때 나타나는 '긴장성 부동화' 상태였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씨가 '아닌데요' 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얼어붙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장형윤/아주대병원 정신과 교수 : (긴장성 부동화란,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얼어붙었다는 거지, 신체적으로 얼어붙었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즉, 피해자가 대답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다고 해서, '긴장성 부동화 상태'가 아니었다고 할 순 없다고 (봅니다.)]
또 재판부는 김 씨가 성폭력을 당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행한 점을 들며 일반적인 성폭력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판부의 자의적 해석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배승민/가천대길병원 정신과 교수 : 아주 획일화된 피해자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가 없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편향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시가 김 씨에게 보낸 메시지 중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등을 '존중하는 표현'이라고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에 소견서를 낸 한 전문가는 "피해자 진술 분석에만 집중하고 가해자의 진술신빙성을 검증하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양측 진술을 균등하게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