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리 끝에 간신히 멈춰선 녹색 트럭, 추월하는 승용차 때문에 속도를 늦췄다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제노바 교량 참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도 있지만 안타깝게 숨진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세 식구가 떠난 여행길에서 아버지는, 사고가 나기 몇 시간 전에 단란한 가족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고향 페루를 떠나 이탈리아에서 일하던 27살 청년은 여자친구와 함께 변을 당했습니다. 제노바를 연고로 하는 두 축구 라이벌 구단은 나란히, '어깨 동무'한 모습으로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위로했지요. 하지만 애도와 함께 사고 책임자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도로 운영' 회사에, 우리 돈 약 1900억 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고 제노바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김혜미 기자입니다.
[기자]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끼여있는 차량 1대가 보입니다.
이 차에 타고 있던 전직 이탈리아 프로축구 선수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다비데 카펠로/전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선수 : 다리가 무너지는 걸 봤고, 저도 같이 떨어졌어요. (제가 살아남은 건) 기적이었습니다.]
끊어진 다리 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적' 이나 '행운' 외에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합니다.
[이드리스/생존자 : 저는 초록색 트럭 뒤에 있었어요. 그 트럭 운전자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일 거예요.]
이 생존의 순간, 죽음을 맞은 사람은 더 많았습니다.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콘크리트 잔해에 매몰되어있는 사람들이 극소수이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다리 붕괴 위험이 지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사회는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제노바 시민 : 사고 전부터 다리 상태가 굉장히 열악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도로 통행료 수익은 꼬박 챙기면서, 유지보수에 눈감은 운영회사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루이지 디 마이오/이탈리아 부총리 : (운영회사의) 권리를 박탈하고 1억5000만 유로(약 19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입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제노바에 12개월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복구 작업 비용 지원에 나섰습니다.